“공직자는 어쩌면 ‘작은 신’의 역할 하는 사람들”

2025-07-14 16:18:42 게재

이 대통령, 14일 예비 5급 사무관 305명 대상 특강

“권력에는 똑같은 양의 책임 부과돼 … 공짜 없어”

“돈이라는 마귀, 아름다운 천사 모습으로 나타나”

“집단지성 신뢰 … 국민 의견에 솟아날 구멍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예비 사무관들에게 “공직자들 여러분 손에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다. 어쩌면 ‘작은 신’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면서 공직자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예비 사무관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것은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충북 진천에 소재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대통령 특강은 70기 5급 신임관리자 과정 교육생 305명의 긴 박수와 함께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박수 소리) 진짜냐”며 가벼운 농담을 한 후 1시간 15분 가량 특강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재명 대통령, 5급 예비 공무원 특강 참석

이재명 대통령, 5급 예비 공무원 특강 참석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에게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하기 위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강당에 입장하며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이 대통령은 “개인으로서 삶을 잘못 살면 악영향도 아주 좁은 범위에 미치지만 (중략) 여러분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관계된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나의 의지를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힘, 그걸 권력이라고 하는데 여러분은 그걸 가지게 된 것”이라면서 “권력에는 똑같은 양의 책임이 부과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국무회의에서도 인용했던 중국 고전 서유기에 나오는 ‘파초선’의 예를 다시 한번 꺼냈다. 한번 부칠 때마다 폭풍우가 불고 세상이 천지개벽 하는 마녀의 부채 파초선 이야기를 하며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권력이라는 파초선을 들고 있는 것”이라면서 “여러분 손에 들린 펜과 업무가 세상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잘 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직자가 선의를 갖고 한 일에 대해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풍토를 지적하며 “고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재량 범위 내에서 선의를 갖고 하는 일이면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데 어느 날부터 실패하면 ‘너 왜 그렇게 결정했어’ 이렇게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면서 “일선 공무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해 선의를 가지고 한 일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 그런 공직 풍토를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공직자들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방향 △성실함 △테크닉(기술적 능력) 세 가지를 들었다. 특히 ‘방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며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도 그걸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 쓰면 나라가 망할 일”이라면서 “국민 모두를 위한 봉사자라는 기본적 자세,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직자의 기본으로는 청렴함을 꼽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부패한 사람으로 온갖 음해를 당해서 이미지가 ‘저 사람 뭐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저는 정말로 치열하게 삶을 관리해 왔다”면서 “돈이 마귀다.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고 자칫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특강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교육생들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청년 정책,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 조직에서 사랑받는 막내가 되는 법 등을 질문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국민이 반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한 교육생의 질문에 “서로 다른 의견을 토론을 통해 차이를 좁히고 조정하되, 결국 조정이 안되면 결단해야 한다”면서 “마지막은 공직자의 결단이다. 결단을 할 힘을 국민이 여러분에게 준 것이다. 그게 권력”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때 고등학생으로서 질문했고, 이번엔 10년 만에 예비 사무관으로서 또다른 질문을 하게 된 교육생도 있었다. 당시 질문이었던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공원화 사업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많이 들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더라. 그게 바로 집단 지성의 위대함”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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