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 국내시장 좁다 해외공략 '잰걸음'
크리스에프앤씨, 일본·홍콩에 이어 중국 진출
무신사 글로벌, 일본 등 13개 국가 진출 영업
삼성물산패션부문 LF 한섬 해외전략 수립박차
국내 패션업체들이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시장이이 좁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가 줄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더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 해외시강 개척에 잰걸음이다.
15일 국내 골프의류 1위 기업 크리스에프앤씨는 하이드로겐(Hydrogen) 중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이번 진출은 세계화 전략 파트너 브랜디엔에이(BranDNA)와 협업을 통해 성사됐으며 10일 서울 본사에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중국 진출은 빠르게 성장 중인 현지 아웃도어 및 스포츠의류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다. 하이드로겐은 현지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고급 브랜드 확장 교두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하이드로겐을 통해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출시이후 일본 명품 거리로 유명한 긴자식스 한큐오사카 오모테산도힐즈 등 일본 핵심 백화점 등에 입점했으며 홍콩 트렌드 중심이자 고급소비 상징인 소고 코즈웨이베이에도 대형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번 중국 진출을 계기로 하이드로겐은 일본 홍콩 중국이라는 아시아 3대 거점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유통망 확장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더 나아가 아시아 전역은 물론, 유럽, 중동, 북미까지 겨냥한 세계화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하이드로겐 세계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브랜드 체질 개선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최근 크리스에프앤씨는 하이드로겐 사업부 조직을 전면 개편하고, 디자인 경쟁력 강화 및 고기능성 제품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 가을 겨울부터 이탈리아 전통성을 강조한 ‘헤리티지 라인’을 확대하고, 내년 봄 여름에는 테니스 달리기 등 스포츠 DNA를 중심으로 핵심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이번 중국진출 협약은 하이드로겐 중국 내 시장 확대뿐 아니라, 세계 고급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신사도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는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무신사는 패션 브랜드들 유통을 진행하고 있는데 마뗑킴(Matin Kim) 브랜드를 일본에 총판 형태로 유통 중이다. 4월 24일 무신사가 일본에 처음 선보인 마뗑킴 시부야점은 하루 만에 1000여명 고객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하루 매출만 800만엔(약 7500만원)을 돌파하며 목표치를 2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무신사는 2022년 말 ‘무신사 글로벌’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일본 호주 캐나다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완 태국 미국 베트남 등 13개 전략 국가에 진출한 상태다.
‘무신사 글로벌’은 거래액이 연평균 260%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 중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20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월 이용자 수는 300만명에 이른다. 무신사는 중국 본토와 유럽 중동 등으로 확장해 2030년까지 해외 거래액을 3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영토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국 상하이 등에 2~3개 매장을 개설하고 내년 초 일본 오사카와 나고야 등에도 2~3개 매장을 열 예정이다. 2030년까지는 미국과 캐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오프라인 매장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동남아 시장 개척을 추진하고 중국 시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 해외 확장과 함께 새로운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을 준비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세계화 브랜드 ‘준지’는 지난해 8월 중국 백화점 SKP 베이징점과 청두점에 반짝(팝업)매장을 운영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중국 상해 소재 릴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중국 시장을 발판 삼아 유럽 및 북미 등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빈폴’과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 등을 중심으로도 중국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LF는 브랜드별로 해외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인 ‘헤지스’와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는 기존 진출한 베트남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하고 있다. 특히 헤지스의 경우 2007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베트남 대만 등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2017년에는 하노이에 첫 매장을 출점해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처음으로 베트남 패션 시장에 안착했다. 구매력이 높은 상류층이 선호하는 하노이 장띠엔 백화점 등을 포함해 베트남 내 매장수가 9개까지 늘었다. 헤지스는 중국 대만 베트남을 넘어 중동과 유럽 시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F&F는 세계시장 확대에 지속적으로 주력해온 기업으로 특히 중국 시장에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 따른 소비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기존 중국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실적 반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동시에 지난해 하반기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MLB, 디스커버리 등 주요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한섬은 ‘타임’과 ‘시스템’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2019년부터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 꾸준히 참여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져왔다. 지난해 6월 파리에서 시스템 대형매장을 오픈한데 이어 같은해 7월 프랑스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단독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올해 해당 브랜드 현지 백화점 단독 입점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내세워 유럽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정체됨에 따라 패션업계는 실적 개선을 위해 해외 시장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지화 전략이 성공의 승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