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2학기에 1년치 수업 들어야”

2025-07-18 13:00:43 게재

총장들 “1학기 유급 처리후 보강 수업” … ‘트리플링’ 막겠지만 특혜 논란 불가피

전국 40개 의대가 수업 거부로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들에 대해 유급 처분은 그대로 하면서도 올 2학기 수업부터 복귀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사실상 유급되는 것이 아니라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17일 화상 회의를 통해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협은 우선 올 1학기 수업에 불참해 유급 대상이 된 약 8000명에 대해 예정대로 유급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다만 해당 학생들이 당장 2학기부터 수업을 듣고자 한다면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학칙 변경 등으로 길을 열어 주겠다는 방침이다.

학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의대는 대부분 1년 단위로 학사 과정을 구성하는 ‘학년제’로 운영돼 유급 확정 시 2학기 복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의총협 안이 현실화되면 현재 유급 대상자인 의대생들은 2학기 복귀는 물론 1학기 때 듣지 못했던 수업을 방학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이수하게 된다. 24·25·26학번이 내년에 예과 1학년으로 함께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을 막겠다는 것이다.

의총협은 이날 의대생들의 학년별 졸업, 진급 일정도 협의했다.

예과 1~2학년은 내년 3월에 정상적으로 진급한다. 본과 1학년은 2029년 2월, 본과 2학년은 2028년 2월에 각각 학부를 졸업하게 된다.

본과 3학년은 내년 3월 정상 진급하고, 본과 4학년은 국시를 본 뒤 내년 8월에 졸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원칙으로는 본과 3·4학년의 경우 복귀하더라도 내년 초 진급 또는 졸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1년에 40주 이상 병원 임상 실습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당장 별도 실습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졸업반인 본과 4학년 휴학생은 오는 9월 의사 면허 시험인 국시 응시 자격에 필요한 실습 요건도 채우지 않았다.

의총협은 내년 8월에 졸업하게 되는 본과 4학년에 한해 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안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국립대·사립대 구분 없이 추가 강의 개설과 의대 교육 여건 개선에 필요한 비용 지원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전국 40개 의대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이 17일 긴급 회의를 열고 복귀한 의대생들을 위한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가운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의총협은 오는 21일 예정된 의대 학장들 단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회의 결과를 토대로 ‘대학 측 교육 정상화 방안’을 매듭짓고 교육부와의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의대생의 복귀 선언에 대해 “교육당국이 필요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차원에서도 각 대학의 교육 여건과 학사 상황을 고려해 행정·재정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임명되면 의총협 건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학사 유연화 관련 질문에 “대학별 복귀 상황과 교육여건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교육주체인 대학 및 당사자인 학생들과 소통하며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1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관련 질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의대 안팎에서는 이런 의대생 복귀 방안에 대해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급의 사전적 의미는 학교에서 상위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는 것을 의미한다. 의총협의 이번 결정에 따르면 의대생들은 사실상 유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의대 내부의 반발 움직임도 있다.

연세대 의대 주요 보직 교수들은 지난 16일 기존 복귀생과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집단으로 ‘보직 사직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오는 2학기에 유급 대상자 학생들을 복귀시키는 것은 이미 올 초 학교에 돌아온 학생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한 것이다. 또 학생들이 1학기에 못 들은 수업을 방학·주말에 몰아서 듣게 하면 교육이 부실해질 것을 우려했다.

일부 국립대 의대에서도 의대생 복귀에 반발한 보직 교수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한정된 인력으로 1학기 강의까지 다 하는 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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