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내일신문 공동 기획 | 탄소중립, 학교에서부터

1년 전기요금이 1억2천만원…우리 학교, 전기먹는 하마였네

2025-07-22 13:00:21 게재

‘2025 에너지데이터교실’ 보이지 않던 낭비, 데이터로 잡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더워 죽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온다. 더위로 인한 여러 가지 현상들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밀과 쌀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전력난이 걱정되고 물가가 상승하며 폭력 범죄 발생 건수가 증가한다. 폭염만큼 무서운 폭우가 여름에 쏟아지고 봄가을은 가물어서 산불이 크게 번진다. 동물과 식물의 서식지가 변하면서 우리가 알던 자연의 질서가 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배출량이 줄어들어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지지 않아 대기 중 탄소중립 상태가 이뤄진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균형을 이루는 것을 가리킨다.

염광고교에서 10일 열린 ‘2025 데이터교실’ 수업장면. 사진 이의종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공식 선언하고 이에 발맞춰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고교생 대상으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탄소중립,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 내용이 과학과 사회 교과에 반영됐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서 태양광 등 제로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하며 환경 교육을 실천한다.

‘탄소중립, 학교에서부터! 2025 에너지 데이터 교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내일신문이 공동 기획한 에너지 교육 프로그램이다.

기후위기라는 사회적 과제에 대해 민간과 언론이 협력 사업을 펼쳐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개선 방안을 찾아가는 수업이다.

학생들은 집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학교에서 실제 에너지 사용량을 알아보고 다양한 건축 요소들을 가상으로 변경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실습했다. 올해는 서울 명지고 상일여고 선덕고 염광고 재현고 한대부고 경기 양명고 퇴계원고 등 총 8개 고등학교에서 에너지 데이터교실을 진행했다.

100년만의 무더위, 100년만의 폭우

폭염으로 펄펄 끓었던 7일, 에너지데이터교실 1일차 수업이 열린 상일여고를 찾았다. 학생들은 사전 퀴즈를 통해 ‘에너지와 환경 문제에 심각성을 체감하므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인공 지능에 관심이 많은데 인공 지능 기술을 환경 문제같이 중요한 사회 문제에 접목해보고 싶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에너지 소비에 대해 알고 싶다’ 등으로 참가 동기를 밝혔다.

1일차 수업은 강의를 통해 전반적인 에너지 이론을 학습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학생들은 건물의 전기 사용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공식을 배웠다. 강의를 맡은 백순영 건축물에너지평가사는 “건축학과 대학생이 3·4학년 전공 수업에서 배우는 에너지 이론이지만 고등학생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어려운 내용이고 강의 시간이 짧지만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전기와 가스 에너지 사용 패턴을 수업에서 익혔다. 전기에너지는 교실 조명, 전기제품 사용, 냉방과 난방, 급식실 조리기구 등이다. 가스 에너지는 보일러, 조리기기 등으로 학교는 가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며 전기에너지와 조명 순이었다.

학생들은 에너지 분석 프로그램인 베스타를 통해 학교의 3년치 전기와 가스 사용량을 분석하고 창호, 냉난방 제어 방식, 조명 제어방식을 가상으로 바꿔가며 에너지 절감량과 탄소 배출 감축량을 측정했다.

1명이 100인에게 ‘ 백인대장 캠페인’

2일차는 학교의 탄소중립을 위해 1일차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는 법을 배웠다. 10일 염광고 1~2학년 학생들은 건물 에너지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필요 요소를 파악한 후 베스타 프로그램으로 에너지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염광고는 1982년에 지은 본관 건물과 2002년에 지은 정보관 건물이 섞여 있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전도·대류·복사를 이용한 열에너지 효율이 낮다.

송치성 염광고 교사는 “1980년대에 지어진 건물과 2000년대 지어진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학생들이 엑셀 데이터로 비교해보면서 에너지 소모량의 차이를 가시적으로 확인하게 된다”며 “기후위기 교육은 2022 개정교육과정 ‘통합과학Ⅰ’에서 나오는 생명시스템, ‘통합과학2’에서 나오는 환경과 에너지에 연관 있다”고 말했다.

학교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안으로 학생들은 창호를 개선하고 일사량을 조절하는 차양을 설치하고 LED조명을 설치하고 냉난방 기기를 제어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것 등을 제안했다.

2일차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교내에서 백인대장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벌인다. 백인대장은 고대 로마 군대의 기초 단위였던 백인대의 지휘자로서 선두에서 수백 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에너지 데이터 교실을 수강한 30명 학생들은 학생, 교사,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200명으로부터 에너지 실천을 다짐하는 서명을 받는다.

하은비 학생은 “서명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절약 참여 방안을 학교 안에서 계속 찾아보고 주변 친구들과 함께 실천하려한다”며 “에너지 절약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우리 젊은 세대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전기는 조용히 학교 예산을 먹고 있다

3일차 교육은 5명씩 구성한 6개 조에서 탄소중립 제안서를 작성해 발표하는 게 주된 활동이다. 14일 한대부고 1~2학년 학생들은 학교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냉난방 요금을 절감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한대부고는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대형 학교다. 1990년에 지어진 건물들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1년 전기요금 평균이 1년에 약 1억2000만원에 이른다. 가장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고 비용과 시간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은 냉난방 제어다. 사람이 있는 것을 감지해 자동으로 냉난방을 제어하는 재실자 제어와 설정된 시간에 따라 시스템을 자동으로 켜고 끄는 스케줄 제어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한 단열 성능이 높은 고성능 창호로 바꾸면 냉난방 요금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중 하나로 폐열 회수 장치를 설치하면 급식실·기계실·공조설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겨울철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전서연 학생은 “학교에 창이 많아 태양열 취득 계수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래건 학생은 “조명 냉난방 환기시설 등 모든 요소들을 아울러 관리하는 건물에너지 관리시스템(BEMS)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대부고는 본관 건물과 정보관 건물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내부가 매우 덥다. 이나림 학생은 “온실처럼 만들어져 있어 날계란으로 계란후라이를 만들 정도라고 학생들끼리 이야기하는 곳”이라며 “비싸지만 효과가 좋은 스마트윈도우로 교체하고 햇빛을 가리는 차단막을 설치하고 외벽에 단열 페인트를 시공한다면 냉방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일차 강의를 맡았던 김재민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대표는 “기후위기라는 교실 밖 사회 문제를 학생들의 공간인 학교로 갖고 들어와서 학생들 스스로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이재호 기자·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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