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장관 지키려다 명분·실리 잃은 여권

2025-07-24 13:00:05 게재

엄호하던 여당 지도부 ‘머쓱’

‘민심·소통’ 창구 재정비 해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임명 강행을 밀어붙였던 여권이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특히 안팎의 의혹 제기에 ‘일방적 주장’이라며 ‘방탄성 엄호’를 주도한 지도부 위신이 옹색해졌다. 의원장관을 통해 ‘책임정치’를 실현하겠다던 집권여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후 민주당은 23일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강선우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핑퐁식으로 책임을 넘기며 여론을 악화시킨 책임에 대한 사과나 해명은 없었다.

대통령실은 청문회 후 임명에 대한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면서도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임명 강행 수순을 밟았다.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은 지난 20일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 임명이 여당 지도부의 요구라는 것이다. 여당에선 거꾸로 ‘대통령의 의지’라고 강조하며 ‘국회의원과 보좌진 관계는 직장과는 다른 특수관계’라는 논리를 펴 강 후보자 감싸기에 나섰다.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계 등이 비판 목소리를 냈고 여당 안에서도 우려가 이어졌지만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임명 강행에 맞춰졌다.

당시 여론은 어땠을까.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의 여론조사(19~21일. 2002명.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 3.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부적합 의견이 70.8%, 강선우 후보자에 대해선 60.2%가 부적합 의견을 나타냈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의 선택이 여론과 괴리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부정의견이 높게 나온 두 후보자에 대한 여권의 대응이 각기 달랐다는 점에서도 ‘내편 감싸기’ 등의 지적을 자초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를 대신해 민심 안테나를 통한 책임정치를 외쳤던 민주당의 민심 읽기에 혼선이 있었던 셈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아무리 절대과반이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이라고 해도 여론과 맞서 국정을 끌고갈 수는 없다”면서 “특히 갑질의혹 등 민감한 이슈는 파급력이 커 민심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이번 대응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기대 이하”라고 혹평했다.

의원 장관을 입각시켜 더 큰 독립성과 견제력을 갖고 민심에 책임을 지고 정국운영을 돕는다는 당초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샀다. 여당이 주도적으로 논란을 해소하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아픈 대목이다. 한 재선의원은 “검찰개혁이나 관세협상 등 훨씬 더 민감한 사안 등에선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반영시키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가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강 후보자가 사퇴 결정을 내리기까지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등과 협의를 거쳤는지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박찬대 후보가 사퇴선언 17분 전에 강 후보자의 결단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명심’을 강조해 온 박 후보자가 이 대통령의 인사 부담을 덜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청래 후보는 갑질논란이 불거졌을 때 강 후보자를 ‘곧 장관님’이라며 ‘힘내라’는 글을 올렸고, 강 후보자 사퇴 후에는 “이겨도 져도 함께 하는게 동지”라는 글을 올렸다.

두 후보가 각각 여론과 당심을 염두에 둔 엇갈린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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