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옹벽붕괴 사고 원인 ‘부실공사’ 의혹

2025-07-25 10:46:17 게재

사고 발생 도로 1·2공구 시공사 달라

1공구 12년 방치, 2공구 완공 후 개통

중첩구간 준공 후 2년 만에 붕괴사고

지난 16일 발생한 경기 오산 서부우회도로 옹벽붕괴 사고로 1명이 사망해 경찰이 사고원인 수사에 나선 가운데 도로개통 전부터 균열 누수 등의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드러나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오산시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서부우회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로 현대건설이 2006~2012년 시공한 양산~가장 구간(1공구 4.9㎞)과 대우조선해양이 2016~2023년 시공한 가장~두곡 구간(2공구 3.3㎞)이 연결된 4~6차로 도로다. 현대건설이 2011년 12월 준공한 옹벽 위에 대우조선해양이 상부를 덮는 방식으로 공사했다. 이 중첩 구간 준공 이후인 2023년 9월 서부우회로 전 구간이 개통했다. 1공구는 준공된 후 12년 가량 방치된 셈이다.<사진 참조>

옹벽 이음 도면과 사진
서우위회도로 옹벽이음도 부분 사진. 왼쪽은 1공구 공사 진행 후 12년간 방치돼 있는 현장. 오른쪽은 1공구와 2공구 연결부 모습으로 위 아래 부분이 심각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산시 제공

지난 16일 옹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구간은 1·2공구가 중첩된 가장교차로(수원방향) 부근이다. 문제는 2공구를 건설하면서 해당구간의 옹벽을 새로 짓지 않고 12여년 간 방치된 하부 옹벽 위에 그대로 옹벽을 쌓아 완공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보강토 옹벽이라도 시공사별로 공법과 사용하는 내부 소재, 배수 등 구조의 차이가 발생해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에 대해 정밀안전점검 결과 안전등급은 양호(B등급)이었으나 블록균열 파손 백태 균열 등 다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점검 용역보고서 종합결론에 따르면 흙을 쌓아 올린 뒤 벽면을 보강재로 마감한 ‘보강토 옹벽’과 관련 ‘시공 이음부를 통해 누수가 발생하고 옹벽 전면부를 통해 흘러내리며 표면 열화가 발생했다. 동절기에는 누수 결빙으로 재료 분리 및 콘크리트 국부 탈락 상태도 조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유지 관리 시 배수로 준설, 층분리, 철근노출 등에 대한 보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보강토 옹벽에 발생한 배부름 손상에 대해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동안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옹벽배부름’ 현상이나 옹벽 사이에서 물이 새는 것을 목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개통한지 2년 밖에 안 된 도로에서 땅꺼짐 균열 지반침하 등이 발생했다는 신고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고발생 하루 전인 지난 15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붕괴 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붕괴된 옹벽 맞은편 옹벽은 지난 2018년 이미 붕괴 사고가 한차례 발생했다. 양쪽 옹벽은 모두 ‘보강토 공법’으로 시공됐다는 점에서 공법 자체에 문제가 없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2공구 옹벽의 경우 배수구가 설치돼 있지만 1공구 옹벽은 배수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원활한 배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이 사고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도로관리를 맡은 오산시는 지난 6월 해당도로에 대한 정밀안전점검 결과 B등급(양호) 판정을 받았으나 사고 전날인 국민신문고 민원에 따라 현장을 점검한 뒤 후 재시공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LH측은 언론을 통해 “옹벽이 붕괴된 구간은 1·2공구 연결구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고 공사는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7시 4분께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이 아래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쳐 차량 운전자인 40대 남성이 숨졌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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