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패션 더하고, AI 등 신기술 제품 다양
스마트안전보건박람회, 300개 기업 1500개 부스 성황 … 밀폐공간 구조, 온열질환 예방 기술도 선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시행 4년차이고 새정부가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서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안전보건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7월 ‘2025 산업안전보건의 달’을 맞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공단) 주최로 ‘스마트안전보건박람회’가 7일에서 10일까지 열렸다.
국내외 300개 업체가 참여해 1050개 부스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면서 박람회는 많은 기업 안전보건 담당자들로 붐볐다.
공단 관계자는 올해 박람회의 특징으로 먼저 작업복 시장에 안전에 대한 고기능성은 물론 패션을 더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브랜드들의 참여를 꼽았다. 또한 폭염에 따른 산업현장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아이스 넥밴드, 냉풍조끼, 아이스 조끼 등 계절적인 제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아울러 올해 박람회의 명칭답게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로봇 등 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제품들이 전시됐다.
●맨홀 질식사고, 폭염 등 최근 사고 대응 제품 눈길 =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맨홀 질식사고에 대한 관심으로 밀폐공간 안전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기온이 올라가면 유해가스가 더 많이 발생하고 맨홀 오폐수처리시설 축사 등에서 질식사 위험성도 커진다.
SG생활안전은 밀폐공간 작업자 구조용 삼각대 세트를 전시했다. 이 장비는 작업 전 산소농도 측정부터 비상 탈출용 삼각대, 송기마스크 등으로 구성돼 긴급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호흡 확보와 구조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웨어러블 스마트 가스감지기는 밀폐공간 등 위험지역 출입구에 설치해 내부에 위치한 가스감지기와 무선으로 통신해 가스 농도 및 위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구조용 삼각대는 밀폐공간 작업 중 비상상황 시 작업자의 신속한 구조를 위해 240kg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밀폐공간은 장소가 좁아 공기호흡기를 차고 들어가기 어려워 외부에서 공기를 공급하는 송기마스크가 더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SG생활안전 관계자는 “80m 연장선과 공기주머니 등으로 작업자 안전을 확보한다”면서 “전력 차단 시에도 내부에 공기를 최대 5분간 공급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 따른 작업자의 온열질환을 막기 위한 제품도 진시됐다. 나노가드는 목에 두르는 아이스 넥쿨러를 선보였다. 상온 28℃ 이하의 온도에서 자동 냉각되는 PCM(상변환물질)을 이용한 이 제품은 약 2시간 지속되며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나노가드 관계자는 “목 부위만 시원하게 해줘도 실제 체감 효과가 크다”며 “영세사업장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아웃도어 브랜드의 참여도 돋보였다. K2세이프티는 선풍기를 장착해 작업자의 체온을 낮추는 냉풍조끼를 선보였다. 이 조끼는 허리 뒤쪽에 선풍기가 달려 있어 바람이 등과 뒤목으로 순환하는 구조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을 고려해 노란 형광색으로 제작됐다.
K2세이프티 관계자는 “벨트형 구조로 선풍기 위치를 개선해 공기 순환이 원활하다”면서 “기능성 아이스팩을 뒷목에 부착할 수 있어 차가운 바람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많은 현장에서 사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더세이프티도 선풍기조끼, PCM 적용 쿨링조끼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재(Peltier)를 이용한 고기능 쿨링웨어 등 다양한 냉감 제품을 전시했다.
또한 아이더세이프티의 초경량 안전대는 쇼바 부분에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원사를 적용해 무게를 줄이고 충격 흡수력과 내구성을 강화했다. 360° 회전 훅으로 죔줄 꼬임 문제를 개선했다.
안전화 제품은 유리섬유 복합소재 컴포짓(합성) 토캡(앞닫이)을 적용해 기존 스틸(금속) 토캡보다 40% 이상 경량화하면서도 발가락 보호 성능을 확보했다.
●안전신기술 스타트업 제품들도 돋보여 =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최신 안전장비들도 전시됐다. 세종시스템의 AI 기반을 둔 지게차 충돌 사고예방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지게차 전후방에 4개의 카메라를 장착해 AI로 사람을 인식하면 일정 거리에서는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가까워지면 멈추는 스마트 지게차다. 또한 지게차가 특정 장소에 가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정해 사고 위험구역에서 사고 발생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세종시스템 관계자는 “협소한 현장에서도 무선통신 모듈로 제어 범위를 맞출 수 있어 작업효율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면서 “사람 인식률이 좋아 오감지나 미탐지가 없다”고 만했다.
안전모 착용 여부 확인과 통신기능을 탑재한 아스가드의 ‘투구 스마트 안전모’도 선보였다. 안전에 사물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무전기, 블루투스 통신, 체감온도 센서, 위치추적 시스템 등의 기능을 구현했다. 작업자의 위치, 안전모 착용 여부, 체감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위험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충격 감지와 블랙박스 기능까지 갖춰 사고 기록도 가능하다.
아스가드 관계자는 “거리제한 없이 통신한 수 있는 안전모로 단순한 보호구가 아니라 이동형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추락사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비도 눈길을 끌었다. 케이에스엔티의 AI센서 에어백 조끼는 노동자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센서가 감지해 0.2초 내 에어백이 팽창한다. 사고발생 직후 관리자에게 연락되는 긴급구조 요청 기능도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바탕으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산업단지나 공공시설에서도 노동자가 손쉽게 원격진료을 받을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새로엠에스의 ‘비대면 진료 키오스크’는 산업현장과 병원을 연결해 건강이상 조기 발견, 진료 접근성 향상, 업무 중 의료공백 최소화로 효과적인 직업건강 관리를 돕는다.
비전AI 기술을 토대로 현장 위험성을 분석·관리해 재해를 예방하는 스타트업 기술도 소개됐다. 미스릴은 비전AI을 활용한 산업안전 솔루션을 기반으로 작업자의 안전수칙 여부를 실시간 분석하고 지정된 프로토콜에 따라 작업이 안전하게 수행되는지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CCTV로 위험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생산설비와 연동해 재해예방을 강화했다. 안전장비가 미흡한 노동자에게는 출입문을 열지 않거나 현장에서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설비를 정지하는 방식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