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 이준석 자택 압수수색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 윤상현·함성득도 조사
윤 부부 소환 코앞 ··· ‘코바나 협찬’ 수사 본격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들 부부에 대한 대면 조사를 앞두고 ‘공천개입·뇌물·청탁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 특검팀은 28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 관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이 대표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불법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데 이 대표는 의혹이 불거진 2022년 6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다.
특검팀은 이날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이 대표가 지난해 4.10 총선 전 2월에 명태균씨,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등과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만나 논의한 내용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칠불사 회동’에서 김 전 의원은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 기록,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총선 공천 개입을 폭로하는 대가로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공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당시 김 전 의원의 선거구인 경남 창원 의창구에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공천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다만 개혁신당은 김 전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천개입 의혹 전방위 수사 = 민 특검팀은 앞서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27일 불러 15시간가량 조사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출석한 윤 의원은 28일 오전 0시 10분쯤 조사를 마치고 특검 사무실을 나왔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없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다 성실하고 진실되게 말씀드렸다. 다 아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개입이 없었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는 “그건 알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 변호인은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고 웬만한 건 다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윤 의원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2022년 국회의원 보궐·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해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윤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이전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인 2022년 5월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공천)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명씨 공천개입 의혹 관련해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함 원장을 상대로 2022년 4월 28일 명씨와 나눈 문자 메시지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명씨가 김 여사에게 보낸 메시지를 함 원장에게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에는 ‘사모님, 창원시 의창구에 출마한 김영선 의원을 지켜달라. 대통령님과 사모님의 충복이 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의혹의 당사자인 김 전 의원에 대해 지난 23일 또는 24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지만 김 전 의원은 응하지 않았다.
◆코바나 ‘협찬 뇌물’ 수사 본격화 = 한편 민 특검팀은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대가성 협찬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송병준 컴투스홀딩스 의장을 지난 26일 조사했다.
의혹은 코바나컨텐츠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최한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2019년 개최한 ‘야수파 걸작선’에는 협찬사가 한 달 만에 급증했는데 당시는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는 시기였다.
컴투스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차례 전시회에 2억1950만원을 협찬했다. 당시 송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받았고 2023년 3월 ‘혐의없음’으로 결정됐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지난 25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컴투스홀딩스·컴투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영장에는 윤 전 대통령, 김 여사, 송 의장이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와 관련 컴투스 관계자는 “세계적 거장의 전시 관람 기회를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협찬을) 진행한 것으로 이 외에 다른 어떤 목적도 없었다”며 “해당 티켓을 관련 전공 학생 및 취약계층 등에 기부해 사회공헌에 활용했고, 임직원들에게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통일교 전 간부 구속 심사 =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 핵심 인물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이번 주에 열린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윤씨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번 주초에 열릴 예정이다.
윤씨는 지난 2022년 4~8월 사이에 6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2000만원 상당의 샤넬백 2개를 전씨에게 건네며 통일교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청탁 내용은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사업 지원 △통일교의 YTN 인수 △대통령 취임식 초청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전씨를 통해 이들 물품을 받았는지, 그 대가로 관련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윤씨는 이에 대해 “해당 물품을 개인 카드로 먼저 구매한 후 통상적 절차에 따라 영수증을 첨부한 품의서를 (교단에) 회계 처리를 요청한 바 있다”며 “투명성과 책임을 확보하기 위한 일상적 행정 실무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일교측은 윤씨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소환 불응 전망 = 29일 출석 조사를 통보한 특검팀 요구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29일 오전 10시 특검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 요청서를 미리 송부했다. 이 요구서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적시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현재 재판 중인 내란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 재판부에 건강상의 사유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지난 23일 낸 바 있어 특검팀 피의자 조사에도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해서도 다음 달 6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