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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앞에 조급함은 금물이다

2025-07-30 13:00:02 게재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는 상황을 두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의 외교 역량을 문제 삼으며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왜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가’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국제협상의 본질과 이재명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적이고 국익 중심의 외교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는 한편의 속도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상대의 논리와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키기 위한 정교한 협상의 장이다. 특히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과의 협상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의 구조적 이익과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정치적 거래다.

이재명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외교전략은 이념보다 국익, 형식보다 실질, 속도보다 방향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실용외교’를 강조해 왔으며 외교란 결국 자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실천이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지금 진행 중인 대미 관세협상 역시 이 같은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이재명표 실용 외교 철학의 연장선

일각에서는 ‘왜 미국과 갈등을 일으키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동맹은 언제나 일방적 굴복이 아닌 상호존중 위에서 성립된다.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통상압박을 가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한국 역시 자국 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합리적이고 당당한 협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들에 대한 일방적인 압박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거래의 정치, 압박의 논리를 통해 상대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데에 능하다. 이러한 지도자와의 협상이 빠르게 타결된다는 것은 곧 트럼프의 압력에 굴복해 한국의 이익을 희생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지연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한국의 이익을 단 한줄 한항목도 가볍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버티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이재명정부의 외교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실천이자 한국이 결코 강대국의 의도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나라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길 바란다. 외교란 수사적 보여주기가 아니라 장기적 국가 전략의 압축물이다.

외교는 정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정치권의 협조,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내가 함께할 때 진정한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의 ‘투레벨 게임(Two-level Game)’에서 보듯이 강대국과의 협상에서 국내 여론의 도움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협상 파트너는 우리의 단결력을 바라보고 전략을 수정한다. 그러므로 지금은 비판보다 지지가 조급함보다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국익 앞에서는 단호하고 국민 앞에서는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국민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실용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런 외교는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 감정적 접근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협상은 빠를 수는 있어도 결코 옳은 결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이재명정부가 지향하는 외교는 ‘빠른 외교’가 아니라 ‘이기는 외교’여야 한다.

‘빠른 외교’가 아니라 ‘이기는 외교’여야

국민도 지금 정부가 감당하고 있는 무게를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교는 언제나 조율의 기술이며 때로는 침묵 속의 협상력이 더 큰 의미를 발휘하기도 한다. 정부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왜 빨리 협상을 끝내지 못하느냐고 다그치면 협상에 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협상에 실패하더라도 양보하지 말라고 압박해야 우리 정부가 상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재명정부는 ‘굴복 없는 협상’을 하길 바란다. 그 협상의 끝은 국민의 자존과 산업의 생존 그리고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토대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전선에 나가 있는 정부의 결기에 인내로 응원하는 것이다.

정한범 한국국제정치학회 차기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