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가져왔지만…갈길 먼 지방의회 독립

2025-07-30 13:00:02 게재

도로명주소 44곳만 부여

새올 행정망 이용도 미미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된 지 3년 6개월이 넘었지만 대다수 지방의회가 지자체 청사와 같은 주소를 쓰고 있고 행정정보시스템인 ‘새올’을 활용하지 않아 수기 결재가 이뤄지는 곳도 적지 않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지방의회가 기관 독립의 기초적인 조건도 못 갖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23일 결의대회를 열고 지방의회 위상과 독립성 강화를 위한 ‘지방의회법안’의 조속한 국회 의결을 촉구했다. 사진 경기도의회 제공
30일 경기도의회와 수원시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최근 도로명주소를 새로 부여받았다. 기존에는 경기도청과 같은 ‘수원시 영통구 도청로 30’이었으나 ‘도청로 32’로 변경됐다.

수원시 영통구 관계자는 “2014년 전면시행된 도로명주소의 취지가 건물별로 알기 쉽게 주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법 취지와 부여 요건에 맞아 새 주소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박호순 경기도의회 사무처 총무담당관은 “의회 인사권이 독립되고 조직·감사권 독립 요구도 나오는 상황에서 의회 직원들의 소속감 부여, 기관 독립성 강화 등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추진했다”며 “자율형 건물번호판 부착 외에 도로명주소 변경에 따른 예산지출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방의회 대다수가 지자체 청사와 독립된 청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동일한 주소를 쓰고 있다. 도로명주소 검색 결과, 서울 인천 경기 충북 충남 등 광역 8곳과 기초 36곳만 독립된 도로명주소를 쓰고 있다. 서울 등 일부를 제외하면 지방의회 청사 대부분이 지자체 청사와 같은 부지에 소재해 도로명주소를 분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 지방의회를 검색하면 주소 표기 정보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해당 지자체 주소만 표출돼 시민들에게 부정확한 위치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별도 도로명주소를 부여받은 군포시의회의 나중한 주무관은 “시청에 있다가 시의회로 와서 보니 내 직장 주소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며 “결혼해서 독립했는데 여전히 부모님 집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주소 분리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행정망인 ‘새올’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크다. 그러다보니 의회 직원들은 전자결재를 통해 각종 조례안 입법예고, 고시·공고를 하지 못하고 수기 결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원이 조례를 제·개정해 입법예고할 때 새올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수기 결재를 받아서 별도로 의회 누리집 등에 문서로 등록하는 식이다. 새올 시스템을 통해 전자결재가 이뤄지면 정부의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도 자동 등록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따로 해당 시스템에 문서등록을 해야 한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 검색 결과, 경기도 지방의회 가운데 6곳 정도만 새올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안산시의회 등 일부는 시청 의회사무국이나 의회사무과 명의로 새올 시스템을 이용, 입법예고를 하고 있다.

나중한 군포시의회 주무관은 “의회 업무를 맡았는데 새올 기능에 ‘의회’ 탭이 없어 지방의회는 이용할 수 없었다”며 “행안부에 기능 개선을 건의해 지금은 의회도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이를 모르거나 알고도 기존처럼 수기결재 등의 방법으로 업무처리를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나 주무관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의 경우 공고 주체가 지자체만 가능해 의회 기관명으로 공고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행안부와 지방의회가 이런 기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전자의회, 의회 독립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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