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트러스톤, 교환사채 발행 갈등 증폭
태광, 금감원에 진정서 접수
트러스톤, 정면 반박 입장문
태광산업과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태광산업이 금융당국에 트러스톤을 조사해 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하자 트러스톤이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트러스톤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태광산업 진정서는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했을 뿐 아니라 소수주주의 정당한 기업가치 제고 요구를 폄훼하고 있다”며 “이는 기관투자자로서 정당하게 수행한 주주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문제 제기”라고 밝혔다.
◆“트러스톤, 그린메일의 전형” = 태광산업은 전날 금융감독원에 트러스톤이 인위적인 주가조작과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또 고가 공개매수를 압박하고 블록딜 공시 전 지분을 대거 매도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태광산업은 진정서에서 “트러스톤은 지난 2·3월 주주 서한을 통해 태광산업의 주요 자산을 매각해 주당 200만원에 18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주가인 62만1000원에 비해 약 3배 높은 가격이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의 이 같은 행태가 ‘그린메일’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린메일은 주로 기업 사냥꾼들이 지분을 매집한 뒤 대주주를 압박해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수법을 말한다. 트러스톤이 블록딜에 앞서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한 데 대해서도 태광산업은 의혹을 제기했다. 트러스톤은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11일 연속 순매도하며 주식 9023주를 팔았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이 2021년 태광산업 주식을 사 모은 뒤 주식을 지속해 대량 처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블록딜을 앞두고 주가 하락을 예상해 미리 처분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관계 왜곡됐다” = 이에 트러스톤은 29일 공개 입장문을 내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트러스톤은 입장문에서 고가 공개매수 압박 주장에 대해 “200만원을 강요한 것은 전혀 아니다”면서 “이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제3자를 통해 다시 가격을 산정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만원은 당사가 산출한 공정가치였으며, 이는 비상장주식 보충적 평가방식에 근거한 보수적 수치”라면서 “태광산업의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 0.4배에 불과한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광산업의 ‘그린메일’ 주장에 반박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에 보낸 주주서한에서 절대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겠으며, 공개매수 이전에 당사 보유주식에 관해 어떠한 매매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명확히 전달했다”면서 이는 “당사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러스톤은 블록딜 전 주식 매도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주식 처분은 자산운용사의 고유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블록딜은 6월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 결정에 따른 대응의 일환으로, 별개의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태광산업은 EB 발행 절차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특히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합법적인 주식 거래에 대해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악의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기관투자자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에 대한 모독이며 소수 주주권 보호라는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B 발행, 가처분 결과 변수 = 금융계에 따르면 이들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달부터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27만1769주(지분율 24.41%)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 EB 발행을 결의했다. EB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화장품 등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현재 태광산업은 화장품사인 애경산업 인수를 시도 중이다.
이에 대해 트러스톤과 소액주주 등의 비판이 거셌다. 특히 2대주주인 트러스톤은 지난달 30일 태광산업 EB 발행 저지를 위한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결국 태광산업은 지난 2일 가처분 결정까지 EB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갈등의 향방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이 트러스톤의 손을 들면 태광산업은 EB 발행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자사주 활용 계획도 다시 세워야 한다. 반대의 경우 태광산업은 EB 발행을 재개할 전망이다.
한편 가처분 결과는 이르면 8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