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미중 대립 속 ‘탈중국’ 전략, 한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근래들어 중국은 국제 무역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수입국이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다국적 기업들의 활발한 진출과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 수출주도형 정책이 맞물리면서 의류 및 전자제품 분야에서 급성장했다. 애플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면서 전자기기 자동차부품 기계설비 섬유제품 등 다양한 공산품 공급망의 중심지, 즉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중국은 미국 동아시아 유럽연합(EU)과 활발히 무역하고 있으며 자원 및 에너지 수입은 러시아 호주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한편, 미중갈등의 심화와 경제안보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인해 기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수출통제와 기술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무역흑자로 축적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해왔다.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화웨이(Huawei) 등 기업들은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통신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디지털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또한 2015년의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互聯網+)’, 그리고 2020년 이후의 ‘신인프라 건설(新基建)’ 등 국가 전략에 따라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EV) 양자컴퓨팅 등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경제구조 변화와 일본의 과제
특히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고 중신궈지(中芯国际, SMIC) 등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중 SMIC는 TSMC 삼성전자에 이어 파운드리 분야 세계 3위로 부상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비야디(BYD)가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은 단순한 제조국을 넘어 기술혁신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경제구조의 변화는 일본과의 경제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일본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수출입 총액의 약 20%를 차지한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 전자부품, 소재 등을 수출하고 중국으로부터는 통신기기 의류 등 소비재를 수입하는 고도화된 분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 인건비 상승,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동남아로의 생산 이전을 가속화하며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일본의 대중 직접투자는 약 32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3% 감소했으며 진출 기업수 증가도 둔화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으로 거점을 옮기며 ‘탈중국’ 흐름이 확산 중이다.
또한 일본정부는 경제안보 관점에서 기술 수출통제 및 공급망 다변화를 중시하고 있으며 대중 수출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반간첩법’ 개정 등을 통해 외국 기업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중일 간 비즈니스 환경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다.
이처럼 중일 경제관계는 더욱 심화되는 동시에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은 일정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성장률 둔화, 내수시장의 성숙, 규제강화 등으로 인해 ‘성장과 개방’이라는 단순한 틀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리스크 관리 및 공급망 다변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및 인도와의 협력 강화, 국내투자 촉진, 기술자립 기반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경제안보’ 딜레마
이러한 대응은 일본만의 과제가 아니다.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반도체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갈등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안보 강화, 공급망 재편, 기술혁신은 한국에게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일본의 경제관계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경제적 이익과 국가안보를 균형 있게 고려한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응이야말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