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 꺼져도 공사…철도안전 ‘구멍’

2026-03-09 13:00:40 게재

감사원 ‘철도시설 안전 관리 실태’ 감사

운행 부적합한 철도차량 1224㎞ 운행

지난해 2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한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지표침하 및 지하수위가 관리기준을 초과했는데도 공사가 계속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운행부적합 판정을 받은 폐차 대상 철도차량이 계속 운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9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철도시설 안전관리 실태 점검’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와 용산역 화물열차 탈선 사고 등 철도 분야에서 중대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2025년 4~6월 철도 건설 및 운영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신안산선 실시설계에 따라 지표침하 및 지하수위 변화량이 기준치(지표: ±25㎜, 수위: 누적 8m, 하루 1m)를 초과하면 공사를 중지하고 원인분석 후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신안산선 시공업체는 3개 공구에서 지반이 최대 317㎜ 꺼지거나 233㎜ 솟아오른 것을 확인하고도 변동치를 모두 10㎜ 이내로 계측해 공사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하수위는 굴착 전 최초 계측값을 기준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3개 공구에서는 굴착 진행 중 측정값을 기준으로 다시 설정해 관리기준을 2~5.8m 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리업체와 사업시행자가 임의로 지표침하 및 지하수위 관리기준을 완화해 공사를 지속하고 지하수위 계측주기를 일 1회에서 주 1~2회로 완화했는데도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충분한 확인 없이 승인해주거나 계측 관리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공사를 시행한 사업시행자와 시공건설업체, 관리업체 등에 벌점부과, 영업정지, 고발 등의 조치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광명시 등 8개 지자체장에게도 지하안전관리계획 수립 및 준수여부를 연 1회 이상 점검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시행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철도공사가 운행부적합 판정을 받은 철도차량을 폐차하지 않고 계속 운행한 사실을 적발해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고 국토부에는 고발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철도안전법’에 따른 정밀안전진단 결과 운행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은 운행해서는 안되는데도 관련 업무 담당자는 2023년 8월과 12월 총 7칸의 부적합 판정 통지를 받고도 이를 운행 관련 부서에 통보하지 않았다. 후임자 역시 2024년 12월과 2025년 3월 화차 20칸에 대한 부적합 판정 통지를 받고도 운행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폐차 대상 화차 5칸이 총 22회 운행되며 총 1224㎞를 주행하는 등 철도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안전법에서는 정비사업소 정비인력 변동시 국토부로부터 변경인증을 받거나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철도공사 담당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변경인증신청(6건)과 변경신고(11건)를 누락한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로 인해 2022년 1월~2023년 5월 12개 차량사업소에서 2만620회의 정비사업이 승인 없이 수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후임자도 총 17건의 변경인증신청과 변경신고를 누락해 2023년 10월~2024년 4월 16개 차량사업소에서 4만5713회의 정비사업이 승인 없이 수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국토부는 철도공사가 장기간 정비조직을 임의로 변경해온 사실을 인지하고도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검토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인증을 받지 않은 수도권정비단이 정비한 철도차량이 운행 정지하는 등 5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철도공사와 에스알(SR)이 철도차량 부품분해 정비주기를 임의로 변경해 철도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고 국토부에 정기검사를 통한 위반사항 점검과 과징금 부과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아울러 철도운영자들이 철도사고 보고 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적발하고 국토부에 재발방지 및 과태료 부과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2024년 철도공사 등 12개 철도운영자들은 258건의 여객사상사고 보고를 누락했지만 국토부는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승강장 발빠짐 37건, 출입문 끼임 88건, 열차 내 넘어짐 사고가 133건이 발생했는데도 사고조사 및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유사사고가 반복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또 기관사 음주 검사를 소홀히 한 승무사업소 팀장과 음주운행 중인 기관사를 적발하고도 후속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안전지도사에 대해 징계할 것을 철도공사에 요구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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