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협 특별감사 14건 수사의뢰

2026-03-09 13:00:36 게재

특혜대출·수의계약·분식회계 적발 … 96건 시정 요구 “근본 개혁안 마련”

정부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 핵심부 비리와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 등 구조적 문제가 대거 드러났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의뢰하고 96건에 대해 제도개선과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가 농협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내부 통제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은 9일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이 참여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반은 1월 26일부터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이번 감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실시한 선행감사의 후속 감사다.

정부는 감사 결과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확인됐고 내부 통제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 역시 비리 발생의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024~2025년 농협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과 조합원 등에게 제공할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을 마련한 혐의를 받는다. 관련 금액은 4억9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중앙회 일부 부서가 홍삼·화장품 등 기념품 2억4000만원어치를 구입해 회장실과 부회장실로 전달했지만 실제 지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 회장은 또 지난해 2월 회장 취임 1주년을 명목으로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황금열쇠 10돈, 58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감사에서는 중앙회장의 독단적 운영 사례도 확인됐다. 중앙회와 경제지주 이사회가 의결한 조직 개편을 이행하지 않거나 포상금을 자의적으로 집행하는 등 의사결정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2025년 경제지주 스마트농업로컬팀을 중앙회로 이관하기로 의결했지만 중앙회장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포상금 성격의 직상금 75억원도 객관적 성과평가 없이 특정 회원조합과 일부 부서에 집중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재단 자금 운용 과정에서도 불투명한 사례가 확인됐다. 재단은 2025년 3월 강 회장이 과거 조합장으로 재직했던 율곡농협의 요청을 받아 같은 해 3월과 4월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을 예치했다.

또 중앙회 수뇌부가 ‘자회사 직원 특별상담’ 제도를 운영하면서 인사 청탁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 자료는 모두 폐기돼 실제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정부는 강 회장 관련 혐의 등 위법 소지가 큰 6건을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농협재단 핵심 간부의 공금 유용도 적발됐다. 이 간부는 사업비 1억3000만원을 빼돌려 사택 가구류 구입과 자녀 결혼식 비용, 명품 구매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1월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특혜성 대출과 계약 사례도 드러났다. 중앙회는 2022년 신설 냉동식품 제조법인에 145억원의 신용대출을 하면서 사업계획과 상환능력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대출은 올해 2월부터 연체가 발생했다.

또 중앙회와 재단, 상호금융이 특정 금융사에 지분투자와 대출, 기업어음 매입 등 거액을 지원했지만 회수 가능성은 불확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성이 낮은 물류센터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운영업체에 특혜를 부여하고 1100억원 대출을 실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계약 부문에서는 자회사가 청소·주차 용역계약을 특정 업체와 10년 넘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유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계약 규모만 약 40억원이다. 공개입찰로 전환하려다 80개 업체가 응찰하자 입찰을 취소하고 다시 수의계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과 재산 관리도 부실했다. 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은 조합장과 임원에게 각종 수당과 기념품, 전별금 등을 지급해 왔다. 중앙회 비상임이사는 취임 때 태블릿PC를 받고 매년 5600만원의 활동수당을 받았으며 이사회 참석 때마다 심의수당 50만원을 지급받았다.

외유성 해외연수 사례도 확인됐다. 한 자회사는 업무 연관성이 낮은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1인당 약 1000만원이 드는 해외 연수를 지원했다.

회원조합의 부실과 비리도 확인됐다. 일부 조합은 연체 대출 금리를 소급 인하하고 부실채권을 정상채권으로 처리해 당기순손실을 당기순이익으로 허위 공시한 뒤 이를 바탕으로 배당까지 실시했다. 또 비상임이사가 배우자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연장 과정에서 특혜성 금리 인하를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일부 조합 간부가 면접관에게 특정 지원자 정보를 미리 보내 채용에 개입한 정황도 적발됐다.

감사반은 농협 내부 통제장치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회 감사위원 상당수가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었고 계열사 비상임이사 역시 조합장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특별감사 결과와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토대로 근본적인 농협 개혁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장세풍·박소원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