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반도체가 만드는 금속기업의 진화
일본 전통 소재 기업들의 발빠른 변신 …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사업 무게중심 재편
스미토모금속광산, 첨단소재기업 변신
스미토모금속광산(Sumitomo Metal Mining Co., Ltd.)의 주가는 2026년 들어 상승 탄력을 한층 강화하며 1월 15일 상장 이후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가장 큰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전기차(EV)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증가가 맞물리며 구조적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구리 가격이 급등한 점이 있다.
회사의 사업 구조는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구리·금 등을 채굴하는 자원 사업, 둘째는 채굴한 광석을 정련해 사용 가능한 금속으로 전환하는 제련 사업, 셋째는 이를 가공해 반도체·배터리 등 산업용 고기능 소재로 공급하는 소재 사업이다.
회사는 이 세 사업을 일체형으로 운영하는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광산 권익을 보유한 자원 사업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기술을 더하고, 이를 다시 고부가가치 첨단소재로 연결하는 수직 통합 구조다. 특히 소재 사업 가운데 생성형 AI 및 반도체용 기능성 소재 부문에 속하는 광통신용 부품, 파워 반도체용 기판, 내산화 나노 구리 분말 등은 AI 고도화와 데이터 처리량 증가, 저전력·고효율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최근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제품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해당 부문을 향후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탄화규소(SiC) 기판 ‘사이클레스트(CycLest)’의 생산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이클레스트’는 쉽게 말해 값비싼 고품질 단결정 SiC를 필요한 부분에만 얇게 활용하면서도 전체 원가 부담은 낮춘 구조의 기판이다. 독자적인 접합 기술을 통해 다결정 SiC 지지 기판 위에 고품질 단결정 SiC층을 얇게 접합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며,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한 제품이다. 이미 6인치 제품은 판매를 시작했으며, 8인치 기판 양산 라인이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월 6000장(8인치 환산 기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중장기 성장 스토리로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차세대 전기차(EV)의 핵심기술로 평가받는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다. 회사는 독자적인 분말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높은 내구성과 우수한 성능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으며, 토요타자동차와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7~2028년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이 분야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존재감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처럼 스미토모금속광산은 통신기기용 소재로는 생성형 AI 확산 수요에 대응하고, 파워 반도체용 소재로는 EV 시장 확대를 겨냥하고 있다. 수직 통합 가치사슬을 바탕으로 변동성이 큰 자원·제련 중심 구조에서 첨단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소재 강자 JX금속
JX금속(JX Advanced Metals)은 1905년 히타치 광산 개설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과거에는 전형적인 ‘자원·제련 기업’으로 분류됐지만 현재는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서의 성격이 한층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수요 증가와 금속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매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업 구조는 베이스(Base) 사업과 포커스(Focus) 사업으로 구분된다.
베이스 사업은 원재료인 구리와 희소금속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필요한 인력과 기술 자원을 확보·공급하며 지속가능한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포커스 사업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소량 다품종 고수익 제품 라인업을 유지하며, 첨단 소재 분야에서 수익 확대의 원천이 되고 있다.
JX금속은 ‘장치산업 중심 기업에서 기술 기반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장기 비전 아래, 사업의 무게중심을 베이스 사업인 자원·제련 부문에서 포커스 사업인 반도체 소재·정보통신 소재 부문으로 이동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웨이퍼에 금속 박막을 형성할 때 사용되는 스퍼터링 타깃(Sputtering Target) 분야에서 약 64%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스퍼터링 타깃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박막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증착용 금속 소재를 의미한다.
반도체 배선 소재로 사용되는 구리(Cu)는 99.9999999%(일명 ‘나인 나인’)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순도 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장기간 축적된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기업으로 평가된다.
정보통신 소재 세그먼트 역시 경쟁력이 뚜렷하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전기차(EV)에 필수적인 연성 인쇄회로기판(FPC)용 압연 동박 분야에서 약 80%에 달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모바일 및 전장화(電裝化) 트렌드 확산 속에서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JX금속을 둘러싼 사업 환경도 우호적이다. 특히 회사가 강점을 보유한 AI 서버 시장은 현재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소재가 사용되는 FPC 시장 역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 산업 내에서 JX금속은 기술적 우위를 기반으로 높은 진입 장벽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신사업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반도체 장비 경쟁력 갖춘 일본전자재료
일본전자재료 (Japan Electronic Materials)는 효고현 아마가사키시(兵庫県尼崎市)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 부품 전문 기업으로, 웨이퍼 단계에서 전기적 특성을 검사하는 핵심 부품인 프로브카드(Probe Card)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를 보유하고 있다. 1960년 설립 당시 주력 제품은 TV 브라운관용 캐소드 히터 등 전자관 부품이었으나, 1970년 미국 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으면서 반도체 웨이퍼 검사용 프로브카드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반세기 이상 관련 기술을 축적하며 프로브카드 전문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프로브카드는 반도체 품질을 보증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부품이다. 모든 반도체 칩은 웨이퍼 단계에서 프로브카드를 통해 전기적 특성 검사를 거친 뒤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프로브카드 시장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이다. 회사는 정밀 미세가공 및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바탕으로 고정밀·고밀도 제품을 구현하며,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각 반도체 칩 사양에 맞춰 주문 생산하는 ‘커스텀 메이드(Custom Made)’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대량생산 중심의 가격 경쟁에 휘말리지 않는 고부가가치 구조를 구축했다. 고객의 설계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잠재적 과제를 예측해 최적의 프로브 소재·형태·배열을 제안하는 공동 개발 역량 또한 강점이다.
또한 이 사업은 단순한 장비 납품이 아닌 ‘리커링(Recurring)’ 구조의 소모품 비즈니스에 가깝다. 수백만 회에 이르는 접촉 과정에서 프로브 끝이 마모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유지보수와 교체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반복 매출이 발생한다. 반도체 칩 설계가 변경될 때마다 전용 제품이 새롭게 요구돼,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는 곧 신규 주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생성형 AI 시장 확대를 배경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고속 처리해야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DRAM, NAND 플래시,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검사 난도가 높은 반도체가 늘어날수록 회사가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어드밴스트 프로브카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경영진은 화려한 성과 과시보다 “호황일수록 기초를 다지고, 불황기에 다음 씨앗을 뿌린다”는 원칙을 중시한다. 한국·대만·중국 등 주요 반도체 생산거점에 테크니컬 서포트 센터를 설치해 고객 문제에 즉각 대응하는 체제를 갖춘 점은 조직적 경쟁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