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청와대에 컨트롤타워 없으면 북극항로 추진 불가능하다”

2026-03-06 13:00:01 게재

컨테이너해운중심 시각으로 북극항로 시기상조론 확산 안타까워 … 해수부 산업부 기후에너지부 외교부 통괄 사령탑 설치해야

중화학공업전략 추진 산업화 기적 만든 박정희정부 경제2수석 역할 … 해운 넘어 한반도 동남단에 동북아경제수도 건설하는 일

“대한민국의 외교상황이나 통상문제 고민을 많이 하니까 자연스럽게 북극항로 문제를 접하게 됐다. 교수님 연구하신 영상을 찾아보게 됐고, 전적으로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5월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와 ‘북극항로 대담’를 나누며 북극항로 정책을 내놓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과학기술(공학) 경제학 역사학을 학문적 기반으로 인류문명·국가 발전과 쇠퇴에 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서울대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콜로라도광업대(CSM)에서 자원공학 경제학 자원경제학 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아이오나대 경영시스템학과 교수를 지냈고 1987년부터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초대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노무현정부)을 역임했고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 대외직명대사, 한국자원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다. 사진 이의종

현재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은 많은 지정학자들이 예상했다. 북극항로를 선점하고 쇠퇴하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살려 거점항구를 건설하자는 주장을 뒷받침한 논리 중 하나도 수에즈운하와 말라카해협을 잇는 남방항로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항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중동전이 끝나면 한국 상황은 이전보다 더 좋아질까 악화될까. 아니면 달라지는 게 없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났을 때는 어떨까.

“북극항로를 선점하고 거점항구를 만들자”는 김 교수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 공감을 얻으며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재명정부는 이를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권 건설이라는 국정과제로 채택했고 해양수산부를 대통령 별동대라며 부산으로 옮겼다.

하지만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북극항로 정책을 둘러싼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운, 그것도 컨테이너정기선 해운을 중심으로 회의론이 퍼져나갔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난달 27일 내일신문 본사에서 김태유 교수를 인터뷰하고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진행 중인 5일 한 차례 전화인터뷰를 추가했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은 김 교수와 대담에서 ‘외교와 통상을 고민하다 보니 북극항로를 알게 됐다’고 했는데 최근 우리 사회엔 그렇게 접근하는 시각이 잘 안 보이고 해운 중심으로 많이 이야기되는 것 같다. 왜 그런가.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권건설이 국정과제로 채택된 이후 국회에서만 10번 정도 초청 강연을 했다. 그런데 정치인들 중 외교·통상에서부터 북극항로에 접근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일하다. 북극항로를 해운, 물길이라고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북극항로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 이게 단순한 물길만이 아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한계와 자원빈국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한 기회로 북극항로를 선점하자는 것이다.

여기엔 러시아의 동진, 미국의 서진(Pivot to Asia), 북극항로 해빙이 결합돼 있다. ‘러-우 전쟁’으로 양측 사상자가 2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는 러시아와 유럽의 화해는 어렵다. 러시아는 동진할 수밖에 없고, 유럽국가가 아닌 동아시아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또 미국은 아시아 국가가 아니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서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진과 미국의 서진은 우리에게 외교에서 ‘원교근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 및 일본의 근공을 극복할 원교의 대상이 없었다. 가까운 나라의 위협(근공)을 멀리 있는 나라와 협력(원교)으로 풀어가는 원교근공은 인류 역사에서 변하지 않는 생존전략이다.

문명사를 보면 바다와 내륙 사이에 끼어있는 한반도와 같은 연안국은 대륙과 해양에서 협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연안국이면서 작은 나라이고, 원교의 대상이 없다는 3대 지정학적 저주를 극복할 기회가 북극항로의 개통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1000년만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는 이유다.

●해수부장관 북극항로자문위원장인데, 회의는 상견례 포함 두 번 열렸다. 자문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은데 해수부가 간절하고 시급하게 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현재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직무대행 차관이 방향을 잡아가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해수부는 물류 중에서 해운을 담당하는 부처다. 항로는 스쳐 지나갈 뿐이고 항로를 통해 국부를 창출하려면 정박하고 머무를 수 있는 거점항구를 확보해야 한다. 물류의 생산과 환적을 통해 항로를 지배해야 한다.

거점항구는 단순히 배가 정박하는 항구가 아니다. 국가의 경제를 움직이고 안보를 떠받치며 세계물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거점이다. 국부를 창출할 물류는 거점항구와 배후산업단지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산업통상부와 기후환경에너지부 영역이다. 거점항구의 연료공급(Ship bunkering)과 부울경을 포함 여수에서 포항까지 첨단산업단지와 기술은 산업부와 에너지 관련 부처가 담당한다. 해수부 업무 영역 밖의 일이다.

또 러시아와 협력하며 북극항로를 개척하려면 미국의 허락과 묵인이 필요한데, 이는 외교부가 움직여야 한다. 북극항로를 선점하고 거점항구를 확보하기 위해 산업부와 기후에너지부 외교부가 함께 가야 하지만 해수부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은 듯 하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통상문제와 외교문제가 워낙 시급하고 복잡해서 산업부와 외교부가 아직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는 머지않아 사라진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나면 앞으로 다시는 기회가 안 온다는 것, 이게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실이 못가니 별동대로서 해수부를 부산에 보낸다고 했을 때 해수부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이 제기됐지만 아직 안 되고 있다. 지금대로의 해수부로는 우리 사회가 공감한 일을 하기 어려운 것인가.

그렇다. 해수부가 거점항구, 미국과 외교 등은 하기 어렵다. 북극항로선점과 거점항구 건설 업무를 한 개 부처에 몰아넣어서 함께 추진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에너지 업무를 해수부로 옮기면 첨단산업기술도 해수부로 옮겨야 하고, 이런 식이면 산업부 기능을 다 해수부로 옮겨야 하는 식이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조직을 개편하지 말고 해수부와 산업부 기후에너지부 외교부가 북극항로 추진을 위한 주무부처로서 힘을 합치면 더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3~4개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협력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에서 총괄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부산으로 옮겨갈 수 없으니 해수부를 별동대로 보내겠다’는 대통령 말에는 청와대조직 안에 북극항로 거점항구를 전담할 컨트롤타워를 둘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청와대에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다. 해양수산 산업 에너지 통상 외교를 하나로 묶어 일괄성 있게 지휘해야 성공할 수 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지금 부처업무를 조정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부작용이 많다. 그리고 우리는 청와대에 컨트롤타워를 두는 방법으로 크게 성공한 경험이 있다. 오늘 대한민국의 모습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의 성공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때 못했으면 우리도 동남아 국가들처럼 아직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가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선진국 문턱을 넘은 것이 중화학공업 때문인데 그 성공은 청와대에 제2경제수석실을 두고 각 부처에 떨어져 있는 중화학공업 관련 업무를 총괄해서 대통령에 직보해서 밀고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북극항로 거점항구 확보를 위한 대통령의 구상을 종합 기획하고 추진할 주체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류 에너지 첨단산업 외교를 통괄해서 묶을 수 있는 청와대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북극항로에 대해 10년 전부터 책을 쓰고 강연했는데 눈길 한 번 준 지도자가 없었다. 놀랍게도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 추진하고 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국회에 북극항로추진특별법이 7개 발의돼 있지만 모두 해수부를 담당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올라가 있어 한계가 있다. 그렇게 해서는 법안이 통과돼도 추진할 힘이 없다.

현재 해수부가 다른 부처 사무관들을 파견받아서 북극항로추진본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런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침 저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해수부 1급 공무원이 언제 어떤 경로로 대통령에게 직보하겠나. 청와대에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북극항로 추진은 불가능하다.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를 보면 우리 사회와 정부에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 것이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인 듯하다. 지난 1년 사이 북극항로 관련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빙상실크로드라는 중국의 북극항로 개척전략이 준비단계를 거쳐 시행단계에 접어 들었다. 일본이 유럽연합(EU) 제재에도 북극항로를 선점하기 위해 러시아 야말프로젝트(LNG개발)와 사할린프로젝트(석유·LNG)에서 철수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북극항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거꾸로 한국에서는 북극항로에 관한 근시안적인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운 물류만 보고 당장 경제성이 없고 항로가 위험하다고 한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할 수 없었고, 서유럽은 아직 인류 문명의 변방으로 남았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경쟁자들은 서둘러 북극항로로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국내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패배자가 되려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북극항로 개척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자주, 더 세게 오는 태풍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연안도시와 산업단지를 정비하는 일도 해양수도권 건설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필요하다. 북극항로의 개통과 동토의 해빙은 많은 환경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환경 변화라면 슬기롭게 대처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대해 우리가 정확히 다 알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순방향으로 적응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닝보 상하이로 갈 배가 한반도에 모여들도록 거점항구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거점항구 부울경을 청정연료 산실로 만들려면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

●덧붙일 말은

다시 강조하고 싶다. 오늘 한국을 만든 게 중화학공업이고, 중화학공업을 만든 게 청와대 제2경제수석실이라는 컨트롤타워였다.

북극항로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물길, 항로가 아니고 한반도 동남단에 새로운 동북아경제수도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 영향권은 한·중·일을 넘어 동남아와 글로벌사우스, 호주 인도 러시아를 포함한다. 대한민국을 첨단선진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북극항로와 거점항구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 설치해야 하다. 이것은 대통령의 뜻과도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