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주민 건강·안전 위해 구청장이 나섰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허니가 간다’
극한 폭염 창신·돈의동 긴급점검
“요새 날이 너무 더운데 여기서 지내는 건 어떠세요?” “여기는 시원하죠. 오는 동안 더워서 그렇지.” “주무시는 건 괜찮으시고요?” “에어컨 있고 방안에 선풍기 트니까 살만해요.”
바깥 기온이 37~38도까지 치솟은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상담소. 1층 사무실에서 찬바람을 쐬는 주민들에게 정문헌 구청장이 안부를 묻는다. 창신1동 주민 강기영(69)씨와 김광환(65)씨는 “낮에는 여기서 쉬다가 잘 때 들어간다”며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여름을 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구청장은 “집주인들에게 전기세 걱정 말고 에어컨 틀어달라고 부탁했다”며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상담소나 구청에 말씀 주시라”고 답했다.
1일 종로구에 따르면 연일 극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문헌 구청장이 가장 취약한 주거지 중 한곳인 쪽방촌 긴급점검에 나섰다. 지난 2024년 5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허니가 간다’ 일환이다. 구청장이 직접 지역 곳곳을 찾아 주민들 목소리를 듣고 생활 속 문제를 점검하는 현장 행정이다. 지난해 총 24곳을 찾았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34곳에서 주민들을 만났다.
창신동과 돈의동 일대는 서울시내 3대 쪽방촌 중 한곳이다. 창신동에 238개, 돈의동에 730개 쪽방이 있는데 각각 185명과 497명이 거주하고 있다. 장기간 둥지를 튼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시 차원에서 두곳에 상담소를 운영하며 목욕 세탁 건강 정서 등 지원을 한다.
정문헌 구청장은 상담소 내 무더위쉼터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운영진과 쪽방 주민들 불편사항을 들었다. 오래된 건물 외벽이 부식되거나 에어컨 설치할 공간이 부족한 문제 등이 제기됐다. 실제 한 쪽방은 성인 3명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정 구청장은 “차가운 물과 얼음을 지원하는데 이를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보급하고 있다”며 “일부 고독사가 우려되는 주민들은 매일 순찰하며 무더위쉼터를 안내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돈의동에서는 인근 포장마차촌 방문객들이 쪽방촌을 화장실이나 쓰레기통처럼 사용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구에서 간이 화장실 설치를 검토했지만 부지를 찾지 못한 상태다. 한 주민은 “비상벨을 누르면 112로 신고하는 게 더 빠르다고 답변한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정 구청장은 “인공지능으로 인기척을 감지해 경고방송을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비상벨 문제도 경찰과 협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종로구는 구청장 방문에 앞서 ‘여름철 쪽방주민 특별보호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건강이 취약한 주민부터 챙긴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40명은 방문간호사가 날마다 찾아가 건강상태를 살핀다.
쪽방촌 골목에는 안개 분사기(쿨링 포그)를 설치해 체감온도를 낮춘다. 7월과 8월에는 매일 안개를 뿜어 골목 온도를 떨어뜨리도록 하고 있다. 5월과 6월, 9월과 10월에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가동한다. 여기에 더해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골목길 내 소화전을 이용해 하루 1~2회 살수작업을 한다.
더불어 특별대책반이 주·야간대로 나눠 지역 순찰을 한다. 특히 공동 에어컨 가동 여부를 꼼꼼히 확인한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쪽방 주민은 사우나와 연계한 ‘밤더위 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생활고에 폭염까지 이중고를 겪는 쪽방 주민들 어려움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민 안전과 보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폭염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