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중동발 신성장동력, 이재명정부 경제외교의 돌파구

2025-08-01 13:00:06 게재

이재명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트럼프발 관세전쟁과 주한미군 관련 현안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여기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우리의 대미외교가 전체 안보외교와 경제외교를 압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안보와 달리 경제외교의 대상은 전세계다. 해외 173개 외교 공관의 약 90%도 경제업무에 우선순위를 둔다.

우리 국민은 이재명정부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 활성화로 본다. 이를 위해서는 대내외적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기업은 미국 중국 동남아와 더불어 5억1000만 인구의 중동에서 어떻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들이 트럼프로부터 10%의 상호관세율만 받은 것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러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경제적 기회에 대한 회의론도 불러온다. 2차대전 후 중동에서는 길어도 10년 안에 큰 전쟁이 있었다. 현재도 가자지구와 예멘 후티지역, 레바논 시리아 이란 이스라엘의 주민들은 공습경보에 24시간 긴장한다.

트럼프는 취임 후 2개월 내 가자전쟁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지난 6개월간 가자의 인프라 파괴와 인도적 재앙은 더 심해졌다. 6월에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파괴에 직접 가담하기도 했다. 5월 사우디 방문 시 시리아 임시정부 대통령을 만난 깜짝쇼로 얻은 평화중재자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내린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화, 이란 핵, 시리아 내분은 현재 중동의 3대 혼란거리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진정되더라도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엄밀히 말해 미국은 해결 역량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해결책에 동의하지 않는 이스라엘을 다잡을 정치력이 부족한 것 같다. 그 결과 트럼프의 중동평화안인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보다 아랍권과 미국-이스라엘 간 간격이 더 벌어진 상황이다.

혼란 속에서도 펼쳐지는 경제적 기회

이러한 중동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는 없을까. 중동의 통치자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다. 그 핵심 목표는 산업 다각화, 재정 소득원의 다양화, 국민 삶의 질적 제고다. 이를 위해 그들은 지정학적 충돌에 휘말리지 않고 실용주의적 자세로 각자도생을 견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은 그들의 변화 속에서 경제적 기회를 찾아내고 있다.

5월 트럼프의 첫 해외 방문국이 사우디 카타르 UAE라는 것은 그만큼 중동이 기회가 많은 지역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당시 트럼프 순방의 주된 목적이 경제적 이익 확보였다. 우리 기업들의 중동접근법도 과거 건설 프로젝트 수주 중심에서 제조업 IT 의료 신재생 에너지 원전 방산 등 다양한 분야의 직접 투자와 현지화로 진화 중이다. 물론 유가 하락, 산업 생태계 미흡, 과도한 현지화 요구, 인력의 근로 기율 미흡, 기득권 보호적 법제도 등 현지의 도전요소도 만만찮다. 다만 그들의 재정적자가 곧 경제후퇴는 아니다.

이재명정부의 대중동전략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 최고 지도자 간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우의 신뢰 파트너십 강화다. 같은 맥락에서 양자 간 정상 방문외교 외에 한-GCC 정상회의 개최, 대통령의 중동특사(또는 특별대표) 임명, 외교부의 중동전문가위원회와 유럽·아중동 차관보(또는 대외직명대사) 설치가 제안되었다.

둘째,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조 유지다. 양측 기업 간 신속한 파트너십 구축과 우리 기업들의 특수한 비즈니스 환경 대응에 양측 정부 간 협조의 기여도가 높다. 특히 원전과 방산에서는 더 그렇다. 2023년 12월 서명된 한-GCC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 절차도 촉진돼야 한다. 팀코리아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현되어야 한다.

기회의 땅 중동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셋째, 중동 전문인력 양성이다. 중동의 글로벌 체제 편입이 진전되고 있지만 그들의 법제도, 종교 문화 비즈니스 관행상 고유성이 여전히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우리의 전문인력들이 우리 기업을 도울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부 기관과 기업들에도 채용되어 기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중동에서 서방과 대등한 성공의 발판을 갖게 된다. 우리에게도 중동에서 국제 수준급 컨설팅 회사가 필요하다.

넷째, 우리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제3국과의 협력이다. 현장의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국경을 초월한 상호협력으로 경쟁력을 높힐 필요성이 커졌다. 우리가 중동의 기업 또는 자금과 협업해 제3국에 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준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전 사우디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