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노동기본권의 온전한 보장, 이제 국회가 나서라

2025-08-01 13:00:06 게재

지난 2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오래 전부터 경영계 등을 중심으로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경영권을 과잉하게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거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위헌 주장들이 계속해서 들린다. 과연 그런가?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의 ‘일할 권리’ 즉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또한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즉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두 조항은 1948년의 초대 제헌헌법 때부터 우리 헌법에 있었다. 그동안 다소간의 자구수정만 있었을 뿐 핵심내용은 변함이 없다.

노동자의 자주적인 노동기본권 보장없이 오직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과 계약의 자유에만 기초한 ‘사적 자치’는 공허하며 오로지 자본에 노동 종속이 결과될 뿐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노동기본권을 헌법화한 우리 헌법제정자들의 결단이었으며, 이것이 현행헌법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기본권, 우리 헌법제정자들의 결단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경영권을 과잉하게 제한하는 과잉입법인가? ‘경영권’이라는 표현 대신 헌법재판소는 ‘기업경영의 자유’라는 표현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정문 등 극소수 결정문에서 사용했다.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제10조부터 제36조에 규정된 국민의 모든 기본권들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부득이한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최소한으로 제한될 수 있다. 다만 그 기본권 제한법률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과잉입법이 되어 위헌법률이 된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변화된 시대와 노동환경에 맞게 헌법 제32조 근로의 권리와 제33조 노동3권 보장을 실질화하려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가진다. 기업경영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으로서 이 법으로 얻어지는 ‘노동기본권의 실질화’라는 공익이 제한되는 기업의 사익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자유를 과잉하게 제한하는 과잉입법이 아니고, 이에 대한 합헌적인 제한법률인 것이다.

법안의 ‘사용자’ 정의규정에서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신설조항이 ‘실질적’ ‘지배’라는 말의 모호성으로 인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는 주장도 들린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불명확하고 광범위하더라도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방법을 통해 그 규범의 의미·내용이 보충될 수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일관된 입장이다. 오히려 이 부분은 종래 노조법상의 ‘사용자’의 범위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입법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법관의 법보충 내지 판례형성을 통한 구체화가 이미 가능해진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더욱 명확성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종래의 반헌법적 상황 시급히 개선돼야

고용형태의 다변화 등으로 특수고용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산돼 1000만명에 이른다. 기존의 법들로는 이들을 노동기본권의 제대로 된 향유자인 ‘노동자’로 담아낼 수 없다. 또한 하청·재하청의 노동자들이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을 상대로 아무런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기본권은 무의미하다. 일부 행위에만 참여한 조합원도 전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장면에서 헌법상의 노동3권은 설 땅이 없다. 노조법에 의해 합법적 노동쟁의의 범위가 과도하게 축소되는 종래의 반(反)헌법적 상황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거액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운동에서 노란봉투법 제정의 노력이 시작된 지도 이미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정말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국회가 나설 때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