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특검, 구명로비·외압 수사 집중

2025-08-01 13:00:10 게재

조사자 5명 모두 특검서 ‘윤 격노’ 확인

기록회수·외압지시 가담자 줄소환 예고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이 ‘VIP 격노설’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및 외압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민영 특검보는 전날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했던 국가안보실 소속 관계자 5명에 대한 조사를 모두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특검은 회의 전후 상황, 즉 윤 전 대통령이 격노를 일으키게 한 구명 로비 의혹과 수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 관련 외압 의혹 등을 더 면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2년 전인 2023년 7월 31일 문제가 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사실상 결론내린 것이다.

최근까지 문제가 된 회의에 참석한 안보실 5명을 모두 조사한 결과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공통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사 초반 격노설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집중해온 특검팀은 이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이유로 의심되는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채상병 사건 국방부 재검토 과정의 수사외압 의혹에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구명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이 전 국방장관, 임 전 사단장 등이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기록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대통령경호처와 국군지휘통신사령부로부터 관련 기록을 제출받고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기록을 군이 무단으로 회수하고, 이후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한 과정에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는지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채상병 사건기록 무단 회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해병대 수사단과 국방부조사본부에 혐의자를 줄이라는 지침을 준 것으로 알려진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앞으로 구명로비와 관련,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 여사의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개신교 교계, 로비 창구로 의심을 받는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앞서 특검팀은 VIP 격노설 실체 규명을 특검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출범 직후부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당시 회의에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용현 전 경호처장 등 7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검팀은 지난달 11일 김태효 전 차장 소환을 시작으로 14일 이충면 전 비서관, 15일 왕윤종 전 비서관, 25일 임기훈 전 비서관, 29일 조태용 전 실장 등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안보실 소속 인사 5명을 모두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국회 청문회와 법정에서 관련 사실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해왔지만, 특검 조사에선 모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회의 막바지까지 남아 있던 조태용 전 실장과 임기훈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 후 이종섭 전 장관에게 회의실 전화기로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며 질책하는 모습도 직접 목격했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훈 대령이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전해 들었다며 폭로한 ‘VIP 격노설’이 특검 수사로 2년 만에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