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문민 국방장관 시대의 합참 조직
국방부장관에게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다. 합참은 장관과 군 부대를 연결하기 때문에 문민 국방장관에게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러나 우리의 합참은 그동안 문민 국방장관의 등장을 어렵게 했을 정도로 일부에서는 난맥상을 보여왔다.
먼저 합참의장의 위상이다. 합참의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이 아니다. 현행 법령 규정 때문이다. 합참의장은 중요한 국가안보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개최되는 국가안보회의에서 자동적으로 참석할 수 없다. 헌법에서는 NSC가 군사정책 등 수립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최고 안보정책 논의에서 배제된 것은 일반인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으며, ‘무인소외’라는 주장의 빌미도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역설적이게도 과거 국방장관들이 군 출신이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국방 상황이 벌어지면 장관은 국가안보회의에 보고를 하러 가고, 합참의장은 남아서 군 내부를 챙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장관이 나름 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혼자서도 회의에서 대처가 가능하다는 발상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합참의장의 대통령 주재 회의 참석을 막고 군사 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통로를 놓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점은 미국 국가안보회의와 완전히 다르다. 한국 합참의장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합참의장은 법적으로 참석이 보장돼 있다. 미 대통령 지시로 참석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재무장관 국토부장관, 중앙정보국장 등 고위직보다 회의 참석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참모와 지휘 겸한 한국의 합참
다음으로는 합참이 국방장관의 참모조직으로서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문이다. 현 법령을 보면 합참의장은 군령권자로서 장관을 보좌하며, 각군의 작전부대와 합동부대를 지휘·감독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합참은 참모(Staff)와 지휘(Line) 모두를 수행하는 복합조직인 셈이다.
그래서 국방장관이 군사에 관해 합참의 보좌를 받으려 해도 만약 합참이 자신의 지휘 업무로 바쁘다면 충실한 보좌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번 12.3 내란사태에서 합참은 지휘대상 부대인 특전사와 수방사의 병력 이동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결국 합참은 양자 기능을 모두 수행하느라 둘 다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합참의 참모기능은 최우선적인 기능이다. 프로이센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현대의 참모조직을 본격 도입했다. 19세기 초 프로이센의 샤른호르스트가 만든 육군 참모본부는 세계육군의 교과서라고 불릴만한 모형이 되었다. 특히 프로이센이 참모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참모대학(전쟁대학)은 최고의 참모를 육성하는 기관이 됐다.
참모조직 창설 후 프로이센은 오스트리아-프랑스 전쟁에서 단기간에 놀라운 완승을 거두면서 그 효용성을 입증했다. 이후 각국은 다투어 참모조직을 채용했다. 참모조직은 전문적 지식의 수집과 축적에 유리해 과학기술, 신형 무기, 전쟁 양상의 발전 속도가 빠른 현대에 올수록 더욱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합참은 다른 영역에서 더욱 비대해지고 있다. 예산과 로비가 걸려 있는 군 전력증강 사업에도 합참은 관여한다. 각군 간 사업조정과 합동작전의 요구조건 등을 명분으로 전력증강 사업의 기획 평가 등도 합참 업무영역에 포함돼 있다.
전작권 때문에 전쟁 시 별 볼일 없는 조직
합참의 작전 분야에 대한 증편은 심각함을 더해주고 있다. 그동안 합참은 평시작전권 행사와 전시작전권 전환을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작전지휘 분야를 계속 확대 편성해왔다. 합참의 작전본부가 확대되고, 합참차장에 4성 장군이 보임되는 것도 이런 확대의 결과다. 그렇지만 이처럼 비대한 합참조직도 전쟁이 발발하면 전시작전권이 모두 한미연합사로 이관되기 때문에 별로 할 일이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게 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민 국방장관의 시대가 5.16 군사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돌아왔다. 문민 국방장관 앞에는 국방부의 정상화를 위한 당면한 과업들이 너무도 많다. 신임 안규백 장관의 말대로 “그동안의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