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내우외환’…내수급감에 쓰레기논란까지
상반기 출하량 33년래 최저 … 환경시민단체 '아파트 콘크리트 성분' 공개 요구 거세
시멘트업계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내수가 급감하고 쓰레기시멘트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6일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1~6월) 시멘트 내수(출하)가 전년동기대비 17.4%(399만톤) 급감한 1888만톤에 그쳤다. 상반기 기준으로 33년만에 처음으로 2000만톤대가 무너져 업계의 위기감이 크다.
IMF외환위기인 1998년(2148만톤)과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2404만톤)에도 시멘트 내수 2000만톤대가 무너진 적은 없었다. 지속적인 건설경기 침체 탓이다.
최근 시멘트에 혼합된 폐기물 비율이 최초로 공개되며 쓰레기시멘트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시멘트환경문제해결 범국민대책위원회(시멘트범대위)에 따르면 시멘트 970만톤을 생산하면서 폐기물 200만톤을 투입했다. 폐기물 혼합비율은 평균 21.4%다.
가장 많은 폐기물을 시멘트에 혼합하는 업체는 한일·현대시멘트 삼곡공장으로 30만1292톤의 시멘트 생산에 7만7171톤의 폐기물을 혼합(25.6%)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쌍용C&E 동해공장(24.2%) △성신양회(23.0%) △쌍용C&E 영월공장(23.0%) △한일시멘트(22.2%) △아세아시멘트(20.7%)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18.9%) △삼표시멘트(18.7%) △한라시멘트(16.2%) 순이었다. 한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 삼곡공장과는 10%p 가량 차이가 났다.
시멘트업계가 모범으로 꼽는 독일 시멘트공장들은 2023년 기준으로 280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면서 400만톤의 폐기물을 혼합했다. 폐기물 혼합비율이 14%로 한국보다 7%p 낮다.
폐기물 혼합비율이 공개되자 시멘트범대위는 주택법 개정을 촉구했다.
입주민 건강을 위해 주택건설에 사용된 시멘트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다.
이는 시멘트 제품에서 발현되는 6가크롬의 농도 때문이다. 6가크롬은 독성이 강해 접촉하거나 흡입하면 피부·호흡기에 장애를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다.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6가 크롬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kg당 5mg 또는 2mg 이하로 6가크롬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kg당 20mg 이하만 되면 시멘트 품질로 인정해주고 있다.
2023년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내 시멘트 제품을 유럽연합(EU) 시험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시멘트 4종 중 3종에서 6가크롬이 기준값을 초과했다. 반면 유럽의 시멘트는 6가크롬이 평균 0.128mg/kg으로 극히 적게 검출됐다.
국내 시험법(KS L 5221) 분석에서도 국내 시멘트의 6가크롬 검출은 평균 9mg/kg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 시멘트는 5.48mg/kg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국민건강 우려에도 최근 시멘트업계가 폐기물 사용량 증대를 위해 염화물과 발열량 기준완화를 시도하자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염화물 총량기준 (0.30kg/㎥)이다.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유해 폐기물의 무분별한 사용을 제한하는 기준이다. 발열량 기준은 4500kcal다.
시멘트공대위는 “시멘트업계 주장은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고 더 많이 환경파괴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발열량 기준이 낮아지면 완전 연소가 어려워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산업에서는 천연자원 보존과 온실가스 저감 등을 위해 폐기물을 시멘트 원료와 연료로서 일부 사용하고 있다”며 “폐기물을 단순히 혼합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을 물리·화학적 반응을 통해 새로운 광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폐기물은 석회석 등 천연원료와 혼합해 소성로에서 고온(최고 가스온도 2000℃)으로 가열·용융하면 새로운 광물인 클링커(시멘트 반제품)로 만들어진다. 클링커에 석고 등을 첨가해 미분쇄하면 시멘트가 만들어진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