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콜마, 이번엔 콜마비앤에이치 ‘매각설’ 논란

2025-08-08 13:00:18 게재

윤상현 부회장 언급 담긴 회의록 법원 제출

윤여원 대표측 “그룹 핵심 자산 매각 안돼”

콜마홀딩스, 근거 없는 일방적 여론전 치부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 몸살을 앓고 있는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가 이번에는 ‘매각설’에 휩싸이며 이목을 끌고 있다. 윤여원 콜마BNH 대표측이 오빠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측과 소송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회의록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8일 일부 내용이 공개된 회의록은 지난 4월 23일 콜마홀딩스 내곡동 사무실에서 윤 부회장과 윤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그룹 고위층 회의의 내용으로 추정된다.

회의록에는 윤 부회장이 이날 ‘(콜마BNH를)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그룹 구조를 바꾸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기록됐다. 윤 대표측은 이 발언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도의 실체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라고 주장한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콜마BNH 대표이사 변경 문제와 함께 그룹 구조조정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부회장은 콜마BNH 매각을 전제로 HK이노엔을 한국콜마 산하에서 분리해 콜마홀딩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 여의치 않으면 HK이노엔을 콜마BNH나 한국콜마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콜마그룹은 지주사 콜마홀딩스를 정점으로 한국콜마·콜마BNH·HK이노엔 등을 거느리고 있다. HK이노엔은 2014년 CJ제일제당에서 분할된 후 2018년 한국콜마가 인수하면서 그룹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전문의약품과 원료의약품·헬스·뷰티·음료 사업을 영유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HK이노엔 지분 43.01%를 보유하고 있다.

윤 대표측은 해당 회의록을 지난달 초 콜마BNH 임시주총 소송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했다.

◆매각 주도 인물들, 베인앤컴퍼니로 연결 = 윤 대표측은 윤 부회장이 콜마BNH 매각을 포함한 그룹 구조개편에 나선 배경으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달튼)를 의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달튼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95만2199주(5.69%)의 콜마홀딩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윤 부회장(31.75%) TOA(일본 콜마, 7.80%) 윤 대표(7.45%) 윤동한 회장(5.59%) 등과 함께 콜마홀딩스 주요 주주다.

달튼측은 지난해 10월 콜마홀딩스 주식 172만1862주를 신규 취득했다. 지난 2월에는 한국 지사인 달튼코리아를 설립하고 콜마홀딩스 투자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3월 정기주주총회 직전 23만337주를 추가 취득, 지분율을 기존 5.02%에서 5.69%로 확대한 달튼코리아 임성윤 공동대표는 주주제안을 통해 콜마홀딩스 이사회(기타비상무이사)에 진입했다.

한국 기업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대주주와 큰 마찰없이 이사회에 진입한 흔치 않은 사례라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대표측에선 이 과정을 콜마BNH 매각 등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한다. 윤 부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역할은 물론 그룹 가치 개선을 위한 명분으로도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콜마BNH 사내이사에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임명하라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표측이 남매와 부친인 창업주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의 ‘3자간 경영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자 윤 부회장은 5월 2일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도 일련의 과정이 사실상 윤 대표를 밀어내고 윤 부회장측 인사인 이승화 이사 후보를 새로운 대표로 추대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란 평가가 나왔다.

윤 대표측이 주목하는 또 다른 대목은 인적 연결고리다. 윤 부회장과 콜마홀딩스 이사인 달튼코리아 임성윤 공동대표,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 후보인 이승화씨가 모두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 출신이다. 주요 인물들이 윤 부회장과 개인적 네트워크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콜마비앤에이치 세종 제3공장. 사진 콜마비앤에이치 제공

◆핵심자산 매각 후 성장성 추락하기도 = 해외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특정 기업 이사회에 진입한 후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 부문을 분할·매각해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핵심자산 매각 후 성장성 추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 GE(제너럴 일렉트릭)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GE는 행동주의 펀드 티캐프가 이사회에 참여한 뒤, 항공·헬스케어 등 핵심 사업부를 분리하고 매각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단기 주가는 상승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직 해체와 인력 구조조정, 장기 전략 공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도 있다.

윤 대표측 한 인사는 “콜마BNH는 중장기적으로는 헬스케어와 고령화 그리고 기능성 원료 다각화 등 성장성의 중심축에 있는 그룹의 핵심 자산이라 매각 대상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면서 “그럼에도 지분가치에만 집착한 지배주주의 행보로 외부 펀드와 결탁해 단기 주가 부양만을 노리며, 내부 합의 없이 조직 구조를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진정한 가치 제고는 내부 역량에 대한 신뢰와 구성원 간의 공동 합의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경영권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졸속 개편이 기업 전체의 신뢰 기반을 뒤흔드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콜마홀딩스는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며 회의록 자체의 존재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회의록에 담긴 회의 존재 여부와 그 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도 근거없는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임시주총을 앞두고 여론전에 나선 윤 대표측 의도에 말려들어 주주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거부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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