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연구팀 ‘난수’ 발생 장치 개발 위한 원천기술 구현
암호 보안·AI 머신러닝의 핵심 역할
기존 실리콘 반도체 기술과 호환 가능
국내 연구진이 난수 발생 장치의 원천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으로 암호 보안과 인공지능 연산 기술 등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주대학교(총장 최기주)는 이 대학 이형우 교수(물리학과·대학원 에너지시스템학과) 공동 연구팀이 터널링 전류의 이산 요동이 외부 변인으로부터 받는 간섭을 최소화한 이른바 2단계 양자 시스템 TLQS(two-level quantum system)을 새롭게 제안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복합 산화물 이종구조에서의 고안정 2단계 전류 요동’이라는 제목으로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7월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아주대 대학원 에너지시스템학과의 김도엽 학생과 홍익대 이정우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형우 아주대 교수(물리학과·대학원 에너지시스템학과)와 가천대 엄기태 교수(반도체공학과), 인하대 이선우 교수(컴퓨터공학과)는 교신저자로 연구를 주도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스쿨 오브 마인스&테크놀로지의 툴라 R포델 교수팀과 KAIST 양용수 교수팀도 연구에 참여했다.
공동 연구팀은 복합 산화물 헤테로구조를 이용해 안정성이 높은 2단계 전류 요동을 구현하고 이를 이용한 물리적 난수 발생기를 개발했다.
난수란, 정의된 범위 안에서 다음에 나올 수를 예측할 수 없도록 무작위로 만들어진 수를 말한다. 난수는 암호화, 보안, 시뮬레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값을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다. 또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위한 빅데이터 학습에 있어 난수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게 활용된다. 높은 수준의 난수 활용은 최근 머신러닝 모델의 효율적 학습을 위해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물리적 난수 발생기는 자연의 무작위 현상을 이용해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즉 해킹이 불가능한 진짜 난수를 만들어내는 장치를 말한다. 기존의 컴퓨터에서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의사난수(가짜난수) 발생 장치를 사용하지만, 물리적 난수 발생기는 근본적으로 예측이나 해킹이 불가능해 더 높은 수준의 보안과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시스템 분야에서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 알고리즘을 넘어 하드웨어 기반 인공신경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기반의 물리적 난수 발생기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기존 2단계 전류 요동 현상을 대표하는 RTN(Random Telegraph Noise) 기반 시스템들은 산화물 내 점 결함의 전하 트랩핑(Trapping) 현상을 이용한다. 문제는 이 현상이 외부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을 가지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하며 장시간 안정된 신호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외부 변인으로부터 받는 간섭을 최소화한 이른바 2단계 양자 시스템 TLQS(two-level quantum system)을 새롭게 제안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이러한 2단계 양자 시스템 TLQS 전류 신호의 이산 요동 특성을 활용해 난수 생성 기능성을 검증했다.
공동 연구팀은 TLQS가 생성한 난수 데이터를 이미지 초해상도(VDSR) 신경망 학습에 적용했다. 또 TLQS 기반 난수 데이터를 적용한 모델을 이용해,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 난수 발생기(Python)를 이용한 모델을 뛰어넘는 정확도와 학습 속도를 달성함을 확인했다. 이미지 초해상도(VDSR) 신경망은 흐릿한 사진을 또렷하게 복원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이형우 교수는 “이번에 구현한 2단계 양자 시스템 TLQS 소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에 활용되는 실리콘 기반 반도체 기술과 호환이 가능하다”라며 “디바이스의 집적 가능성 또한 우수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실용성이 높은 난수 발생 장치의 원천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질 단위의 기초과학 수준에서 난수 발생 장치 설계 기술을 제안한 연구로, 앞으로 하드웨어 기반 암호 보안이나 인공지능 연산 등 난수 생성기술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G-LAMP 사업, 중견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BRL)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