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 불황에 여천NCC 내분

2025-08-11 13:00:03 게재

대주주간 자금지원 갈등

직원들 이직 가속화될 듯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대표하는 여천NCC가 위기에 처했다. 운영 자금 부족으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여천NCC 합자사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자금 수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경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11일 석유화학업계 따르면 최근 석유화학업 불황에 따른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로 여천NCC 누적 적자가 8200억원에 달하고 있지만 한화그룹과 DL그룹은 회생방식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여천NCC 경영 안정화를 위해 한화솔루션이 7월말 이사회를 열고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화측은 “합작 이후 26년간 누적 배당금 가운데 절반인 2조2000억원을 벌어들인 DL이 1500억원의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을 강행하려 한다”며 “자금지원을 거부하면 21일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DL은 자금지원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초 DL그룹은 한화와 함께 각각 1000억원씩 증자했는데도 3개월 만에 여천NCC가 1500억원의 증자나 대여를 추가 요청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DL그룹 관계자는 “여천NCC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경영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어떤 방식의 지원을 할지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여천NCC에 대한 증자나 자금대여는 지분을 50%씩 보유한 한화와 DL에서 각각 3명씩 구성한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양사가 여천NCC 운영을 놓고 이견을 가진 것은 에틸렌 공급가격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천NCC에서 생산된 에틸렌은 협약에 의해 20년간 상하한가를 정해 한화와 DL측에 공급돼 왔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에서, DL그룹은 DL케미칼에서 에틸렌을 사용하고 있다.

양측은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에틸렌을 공급받았고 여천NCC의 경영상황에 따라 배당금을 받거나 경영자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에틸렌 가격 협약기간인 20년이 지나면서 양사는 개별적으로 여천NCC와 에틸렌 공급가격 계약을 맺었고 손익계산이 달라진 것이다.

한편 이같은 대주주간 갈등으로 여천NCC 내부도 시끄러워졌다. 직장인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이번 사건으로 직원들의 이직은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DL과 한화 각 대표별로 경영설명회를 해야할 것” 등의 글이 올라왔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 업계 불황과 맞물려 여천NCC 사태를 계기로 업계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 석유화학산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에 “중국이 석화공장 추가 신설이나 증설하면 답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견을 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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