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 넘긴 여천NCC, 대주주간 갈등은 여전

2025-08-12 13:00:01 게재

한화·DL그룹 3천억 지원 결정했지만, 에틸렌 등 공급가격 놓고 공세 거세져

국내 대표 석유화학회사인 여천NCC(YNCC)의 대주주간 공세가 거세지면서 석유화학업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한화그룹과 DL그룹 등에 따르면 여천NCC 에틸렌 공급가격을 놓고 양측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화와 DL은 여천NCC 공동 대주주로 협약에 의해 20여년간 같은 가격으로 에틸렌을 공급받다 개별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한화측은 “DL은 부도 위기에 놓인 여천NCC에 대한 즉각적인 자금지원을 거부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원료공급계약 협상에서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자 불합리한 주장을 하면서 객관적인 사실관계마저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에틸렌과 C4R1 등 제품에 대해 저가공급으로 법인세 1006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됐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법인세 추징액을 부과했다. 추징액 중 DL과 거래로 발생한 금액이 962억원(96%), 한화와 거래에서는 44억원(4%)이었다.

한화는 이를 근거로 DL이 여천NCC에서 생산된 원료를 싸게 공급받아 이익을 취하고도 경영이 어려워지자 자금지원 등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DL은 “한화측이 여천NCC에서 공급받는 원료 가격의 하한을 없애자는 입장을 고수하며 가격협상을 고착상태에 빠뜨렸다”며 “특히 한화는 올해초 대주주로서 의무를 망각하고 여천NCC 외 다른 석유화학회사로부터 에틸렌을 구매하기 위해 접촉해왔다”고 반박했다. 여천NCC의 자생력 확보와 직결되는 핵심적인 문제인 원료 공급계약에 대해 한화가 자사 이익 극대화만 추구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양사는 여천NCC에 3000억원의 자금지원을 결정하면서 부도 위기를 넘기게 됐지만 양측은 여전히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화측이 먼저 한화솔루션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1500억원 지원을 결정하면서 압박하자 DL이 어쩔 수 없이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뒤이어 DL㈜도 이사회를 열고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이에 대해 한화측은 “DL케미칼에 대한 증자가 결정했다는 공시가 있었지만 자금 용도가 운영자금으로 기재돼 있어 실제로 DL이 여천NCC에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천NCC 이사회 주주사로부터 차입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와 같은 추가적 조치가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김성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