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전세, 늦어지는 공급대책

2025-08-13 13:00:04 게재

1월 이후 전세가격지수 상승 … 2027년까지 입주물량 감소에 월세화 가속도

전세가격 오름세가 심각하다. 금리나 공급물량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던 전세가격은 올해들어 내려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량부족 때문이다. 6.27 대출규제 이후 매매거래 감소에 전세물량까지 줄었고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졌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공급대책만 기다리고 있다.

12일 KB부동산 주간 전세가격 지수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세가격은 1월에 전주대비 0.01% 내린 이후 4일 현재까지 계속 오르고 있다. 매주 0.05% 정도 오르던 전세가격지수는 6월 대출규제 시행 이후 0.1%대 이상 오름세를 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 전용 141㎡이 지난달 12억원에 전세계약됐다. 2021년 8월 임대차법 시행 여파로 전세대란이 발생했을 당시 최고가(10억원)보다 2억원 높은 금액이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에 따라 매매 대기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대거 이탈했고 ‘전세의 월세화’도 빨라지면서 전세물량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리치고는 11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이 2만2200건으로 한달 전인 지난달 11일(2만4406건)보다 2406개(9.8%) 줄었다고 밝혔다.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임대인이나 세입자 모두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7월말까지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건수는 모두 53만6417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전세는 19만2795건, 월세는 34만3622건으로 월세가 전체의 64.0%를 차지했다. 월세비중은 지난해 같은기간 59.7%였다.

월세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전세물량이 감소했고 신규 입주단지로 올해들어 급감한 것이 전세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전세가격 상승은 입주물량 감소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은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 총가구수 기준)이 올해 14만5237가구에서 내년 11만1470가구, 2027년 10만5100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KB부동산 월간 전세가격전망 설문조사에서도 하락할 것으로 보는 응답은 8.3%인 반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26.7%(크게 상승 0.6%)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택공급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6·27 대책 후속 조치로 공급대책을 이르면 이달 중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주도 도심복합사업 등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빠르게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는 도심 내 유휴 부지 활용, 고밀 개발, 공공 정비사업 활성화를 꼽고 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최근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금리가 다시 내려가는 상황에서 도심 공급확대 신호는 긍정 평가된다”면서 “다만 착공에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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