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평등 위기 시대와 이재명정부의 과제

2025-08-14 13:00:03 게재

10년 전 필자는 한국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불평등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후 책 ‘어쩌다 대한민국은 불평등 공화국이 되었나’(간디서원)를 통해 불평등의 증가가 과잉경쟁, 신뢰약화, 행복감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계층 격차가 사교육비, 성형수술, 스트레스와 우울증, 자살에 미치는 효과도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회과학 연구는 불평등이 경쟁을 키우고 협력을 줄인다고 설명한다. 한국인 가운데 길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불안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고, 고소고발 비율이 높으며, 온라인 댓글에서 비방 조롱 욕설표현이 증가하고 있다.

평등한 사회가 더 행복하다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처럼 더 평등한 사회가 과잉경쟁 사회갈등 혐오문화가 적은 데 비해 사회적 신뢰와 행복감이 높다고 알려졌다. 반면에 미국 영국처럼 불평등이 큰 사회에서 사회적 단절이 심하고 기대수명이 낮으며, 약물중독 정신질환 살인과 범죄율이 훨씬 높다. 불평등은 사회를 파괴할 뿐 아니라 사람을 죽인다.

봉준호의 ‘기생충’과 황동혁의 ‘오징어 게임’은 한국인의 슬픈 자화상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한류의 성공, 인공지능이 곧 한국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슬프게도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률은 불평등 증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필자는 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정치인과 정책 결정자가 객관적 증거를 인식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에 나서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는 부자감세와 긴축정책, 공공서비스의 사유화 등 불평등이 커지는 정책만 계속 추진했다. 민주주의가 사회적 진보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치양극화 적대정치 팬덤정치가 등장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 급기야 2024년 불법계엄으로 민주주의가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불평등의 증가를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보아야 한다.

불평등을 정치적 의제로 설정해야

2024년 시민 주도의 ‘응원봉 혁명’ 이후 새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커질 불평등에 대처하는 정치와 정책이 시급하다. 정부는 누진세, 사회보장, 성 평등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제시하는 대로 상위 10% 소득이 하위 40% 계층과 같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부유층의 탈세를 막고 해외재산 등록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좋은 보수의 일자리를 만들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대학입학과 등록금제도를 바꿔야 하고 명문대학은 가난한 청소년에게 더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청년에게 청년수당을 제공해 경제적 안정과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 성인이 된 모든 청년에게 약 1억원의 자산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청년을 위한 교육훈련과 주거복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청년의 지방의회, 국회 대표성을 강화하고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필자는 새로운 정부가 경제성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삶의 질, 협력, 공동체, 공동번영을 강조하는 정치적 담론을 제시하고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는 극단주의 정치에 맞서길 기대한다. 진보적 정치인, 사회운동가, 적극적 시민이 나서서 사회 정의와 경제 민주주의의 진보를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