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유기 반도체 성질 자유자재로 바꾸는 기술 개발

2025-08-17 00:54:55 게재

강보석 교수 연구팀, 불순물 농도 조절로 전기 흐름 방향 전환 원리 밝혀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는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강보석 교수 연구팀이 POSTECH(포항공대) 조길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유기 반도체의 성질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16일 밝혔다. 이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불순물(도펀트)’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유기 반도체 안에서 전기가 흐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하나의 반도체 재료로 서로 다른 두 가지 성질(p형과 n형)을 모두 구현할 수 있어, 미래형 전자기기를 더욱 간단하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기존 반도체는 실리콘처럼 딱딱한 무기물이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잘 휘어지고 가벼운 ‘유기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기 반도체는 대부분 한쪽 방향(p형)으로만 전기가 잘 흐르고, 반대 방향(n형)으로는 성능이 떨어져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강보석 교수 연구팀은 도펀트를 넣는 양을 조절해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특히 도펀트를 많이 넣었을 때, 반도체의 내부 구조와 전하 이동 경로가 변화하면서 p형에서 n형으로 성질이 바뀌는 ‘극성 전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원리를 실제 소자에 적용해 본 결과 하나의 재료로 만든 유기 반도체 소자에서 p형과 n형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었고, 전기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정류 성능도 수만 배 이상 향상됐다. 이는 복잡한 회로 설계 없이도 고성능 유연 전자기기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돌파구로 평가된다.

강보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기 반도체 안에서 성질이 바뀌는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앞으로 유기 반도체를 이용한 웨어러블 기기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 나노·소재기술개발, 미래기술연구실 및 국가핵심소재연구단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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