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치, 노인편의시설이 좌우한다
도시 거주 노인 증가하면서
데이케어센터 등 설치 확대
기존 아파트도 시설 도입
도심 속 아파트 단지에 노인편의시설이 증가하고 있다. 노인들의 도시 아파트 거주 비율이 늘어나면서 입주민들이 단지내 노인시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노인실태조사(2023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도시에 사는 노인의 55%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에 ‘노인유치원’이라 불리는 노인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센터)를 유치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부모를 모시는 젊은층에서도 데이케어센터가 설치된 아파트단지를 선호하면서 단지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와 시범아파트 재건축단지는 공공기여분에 데이케어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재건축단지에도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아파트단지에 데이케어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인 곳도 주목받고 있다.
천호뉴타운2구역은 2019년 데이케어센터를 설치해 기부채납했다. 길음1구역 조합도 2020년 2600㎡(약 800평) 규모의 데이케어센터가 들어간 종합사회복지관을 세웠다.
서울 은평구 수색역 인근 수색13구역 재개발단지(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공공기여 부지에 노인요양시설을 지었다. 2024년 5월 개소한 후 입소를 위한 대기자가 200명을 넘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런 상태라면 일반 아파트 단지도 10년 이내에 노인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는데다 이들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 공익재단 조사(2020년)에 따르면 ‘자택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자 하는 비율’이 58.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3년 전만 해도 아파트 단지 내에 노인시설들은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주민들의 거부감이 강해 시설 설치가 어려웠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단지도 조합원들이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반대하다 결국 수용하는 것으로 돌아섰다. 입주자 노인비율이 증가하는데다 자녀들도 노인시설에 대해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신규 단지를 건설할 때 노인편의시설을 설계에 반영하는 추세로 전환했다. 기존 아파트 단지도 기본 의료장비와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하고 식사제공 등의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기업형 민간임대아파트 단지인 경기 수원 권선 꿈에그린이다. 이곳은 시니어 전용 커뮤니티 운영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단지 내 시니어 캠퍼스를 운영하며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과 취미 강좌를 제공한다. 컴퓨터 활용, 스마트폰 사용 교육, 미술·공예·원예 등 취미 활동, 건강 관리 및 체력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덕원 시니어스마트하우징협의회장은 “현행법상 실버타운을 공급하려는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며 “일반 아파트 단지에 노인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강화해 노인들이 거주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주거공간을 만들면 노인주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