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디지털의료기기

9월부터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 병의원서 가능

2025-08-19 13:00:04 게재

기억 유지·강화로 치매 전환 예방 … 이모코그 “유럽시장 제패, 가능한 목표”

노인인구 1000만명이 넘어선 우리나라는 치매인구는 9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관리 대상자인 60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더 많다. 치매를 앓게 되면 현대의학적으로는 돌이킬수 없는 증상을 겪게 된다. 때문에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증상 악화를 막고 치매로 전환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 부분에 장애가 일어난다. 2025년 전 세계 60세 이상 고령인구의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3.7%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중 200만명, 2033년에는 400만명 정도가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인지중재치료를 병의원에서 진행되기 어려운 가운데 9월부터 경도인지장애용 디지털치료기기로 인지장애를 지연시킬 수 있게 된다. 13일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 판매하고 있는 ‘이모코그’ 과천 본사에서 노유헌 대표에게 개발과정과 의료현장 진입, 글로벌 진출 등 전략을 물었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개입해야 한다”며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약물은 제한적이고 병의원 의료현장의 인지치료 공백은 여전하다”고 이모코그의 디지털치료기기 개발과 의료현장 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약물은 경도인지장애 개선 효과가 부족하다. 국내 첫 경도인지장애 대상 허가 약물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고비용과 정맥주사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정밀진단과 부작용 해소 한계가 있다, 기존 인지중재치료를 지속적으로 병의원에서 진행하기 어려움이 있다. 기존 일반 앱은 과학적 근거 부족, 임상 검증 부재와 고령자 사용 편의성이 낮은 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모코그는 이러한 기준 경도인지장애 치료의 한계를 넘어선 디지털치료기기를 9월부터 의료현장에서 처방할 수 있게 됐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 사진 김규철 기자

◆경도인지장애 환자 맞춤형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 이모코그는 감정(Emotion)과 인지(Gognition)를 합친 말이다. 뇌와 마음의 건강을 함께 지키는 것을 목표하는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다. 이모코그는 정신과학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치매환자를 진료해 온 이준영 공동대표와 신경해부학 등을 의대에서 가르친 노유헌 공동대표의 오랜 파트너 신뢰 속에서 2021년 설립됐다.

코로나19 유행 때 이 대표의 “치매 환자한테 더 해줄 게 없다”며 “환자들을 위해서 최근에 나온 디지털치료기기 형태로 앱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노 대표가 받아들였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노인들의 스마트폰 영상통화 등 이용률이 높다는 것과 인지중재치료의 효과를 알고 있기에 디지털치료기기의 가치를 공유한 셈이다.

이후 개발된 주요 제품은 디지털 인지검사(코그스크린 Cogscreen),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기기(코그테라 Cogthera)다.

코그테라는 디지털치료기기 중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위해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 2등급 품목 허가를 5월 22일 받았다.

환자맞춤형 자동 난이도가 조절이 가능하다. 어려운 버튼 조작은 첫 단계서 한번 누르면 된다. 그 이후로는 대화로 이어갈 수 있다.

노 대표에 따르면 처음엔 제품 디자인도 예쁘게 하고 아름다운 음악도 나오도록 시도했지만 이용자들이 멍 때리거나 진행을 못하는 경우들을 발견했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안되거나 어려운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대화로 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다 뒤집고 다시 개발해 버전2로 개발된 게 코그테라다.

그래서 코그테라는 전문가 개입없이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집에서 혼자 사용할 수 있다. 인지능력 상태에 따라 알고리즘으로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맞춤형 인지중재훈련이 가능하다.

코그테라는 기억을 예측하고 점검하는 메타인지 기반 훈련구조로 설계됐다. 사용자는 주어진 정보에 집중하고 관련 개념을 연상하며 기억 간의 의미있는 연합을 형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억력을 강화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앞치마와 관련된 것들을 떠올리고 말해 보라고 하면 이용자는 화면에 마이크가 나오면 앞치마와 관련된 것들을 떠올리고 말한다. 그런 과정이 계속되면 단순 암기가 아닌 단어와 관련된 상황을 인식하게 되고 기억을 유지하는 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기기인 코그테아의 운영 화면. 사진 이모코그 제공

◆중도 탈락률 4% 불과, 인지개선 효과 =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치매자와 치매자를 사망 후 해부를 했더니 비치매자 중에 사망한 경우 중에 치매 병리를 가진 경우가 있었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봤더니 일기를 열심히 쓰고 창의적인 어떤 행동을 계속하고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보고됐다.

이 대표가 20년 전에 연구한 결과를 보면, 문맹 노인이 치매 발병률이 굉장히 높았다. 3배 이상 높았다. 그 정도로 기존의 문맹률 즉 인지보유고가 치매와도 연관성이 높다. 나이 들어서도 학습 받는 게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게 밝혀졌다.

그래서 병의원 치료과정에서 “시를 외우라 일기를 쓰라”고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병의원에서는 시간을 들여 안내하기가 어렵고 환자들은 병의원에 가서 해야 할 동기부여를 가지기 어려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전 세계 처음으로 경도인지장애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만든 것이다.

확증 임상에서는 평균 순응도는 85%, 중도 탈락률이 4% 밖에 나오지 않고 꾸준하게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정확하게 이용자의 기억 능력을 확인하면서 레벨이 조절된다. 그 결과 기억력 언어 등 주요 인지영역이 개선됐다.

노 대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기기가 두번 개발됐지만 실패했다. 유럽에서도 하고 있는데 아직 성공적이지 않다.

◆의료현장 수용성 높이는 시스템 구축 = 9월부터 병의원에서 처방 가능한 코그테라는 12주 동안 집중-연상-연합을 강화하는 12개 인지훈련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집중 부문에서는 소내리어 외우기, 반복해서 외우기, 단어 주고 받기, 박수치기, 주문 기억하기, 단어 찾기로 돼 있다. 연상 부문에서는 떠올려 말하기, 장면 기억하기, 단어 던지기로 구성됐다. 연합 부문에는 이야기로 외우기, 엉뚱하게 외우기, 하나로 만들기로 구성됐다.

노 대표는 “이러한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며 “진료 현장에 최적화된 디지털치료 통합 흐름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의원에 내원한 환자에게 인지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코그테라 디지털치료기기를 처방하는 과정이 정착돼야 한다. 의료진은 환자를 대시보드에 등록하고 처방 코드를 발송하고 환자는 코그테라 모바일을 앱에 설치한 후 맞춤형 인지훈련을 12주간 1일 2회 수행해야 한다. 환자의 훈련 경과를 의료진은 대시보드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재처방을 진행한다. 처방-훈련-재처방 시스템을 지원함으로써 병의원에서 의료진의 수용성을 높여 준다.

그래서 이모코그는 디지털과 바이오기술을 융합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평가 검사부터 디지털치료 개입, 장기적인 관리까지 연결하는 통합형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억검사(코그스크린), 혈액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혈액기반 진단 솔루션), 디지털치료기기(코그테라)까지 일련의 과정을 병의원에 제공한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국가적 부담 줄이고 환자에 도움 = 노 대표는 “이 대표께서 절실한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너무 늦게 만들었다.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 했다”며 “우리나라 고령자들이 쉽게 디지털치료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 병의원 검진센터 보험사 등에 제공하려고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한 달에 3만원 정도, 3개월에 10만원 정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독일은 3개월에 50만원에서 60만원 정도 가격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국내 200만명이 넘지만 병원에서 치료받는 경우가 30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경도인지장애는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표는 경도인지장애에서 국가적 부담도 줄고 빨리 선별해 사람들이 불안하지 않게 기억을 지키면서 평생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만 보지 않는다. 유럽을 제패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이모코그는 2022년 독일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CE 마크 획득을 완료했다. 독일시장 보험등재를 위한 임상시험이 마지막 단계다.

한편 이모코그는 디지털치료기기를 2개 가지고 있다. 경도인지장애인을 대상으로 코그테라가 있고 이지브리드는 호흡재활 디지털치료기기다. 둘 다 처방 가능하다. 세 번째로 심장재활디지털치료기기가 나온다. 올해 안 허가받을 예정이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심장에 문제 있는 경우 병원에 오기 힘드니까 집에서 처방받아서 재활치료를 혼자 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치료기기다. 심박수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운동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운동 처방을 해준다.

노 대표는 “누적 투자를 약 400억원 규모로 유치해 자본금도 든든하고 AI 등 다양한 기술력, 특허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디지털치료기기에서 유럽과 미국과 비교해 우리 국내 기술력이 경쟁력이 있다. 글로벌 헬스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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