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 ‘할아버지의 길’을 걷다
동대문구 광복 80주년 기념
‘왕산 허 위’ 선생 손자 초청
독립운동가 왕산 허 위(1854~1908) 선생의 후손이 서울 동대문구 초청으로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거리를 걸었다. 동대문구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한제국 시기 의병 구심점이었던 선생의 손자를 초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왕산 선생은 대한제국 말기 평리원 서리재판장을 지낸 고위 관료다. 을미사변 이후 의병을 일으킨 그는 1908년 전국에 흩어진 의병 1만여명을 결집해 13도 창의군을 이끌고 서울 진공 작전을 펼쳤다. 동대문 30리 밖에서 한성부로 진격하던 길이 지금의 ‘왕산로’다. 거사는 실패했지만 국권 회복운동의 도화선이 됐고 지난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선생의 손자 허 블라디슬라브(75)씨는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살고 있다. 구는 허씨를 초대해 차담회를 갖고 ‘왕산 허 위’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왕산 선생 정신을 기리고 도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왕산로 일대에서 진행 중인 ‘빛의 거리’ 사업도 공유했다. 청량리역광장에 미디어 시설물을 설치하고 서울약령시장 일주문 경관조명을 개선하는 사업은 오는 10월부터 본격화된다.
이후 이필형 구청장과 허씨는 왕산로를 함께 걸으며 선생의 뜻을 되새겼다. 서울 도로명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제국 의병장 이름을 딴 곳이다. 허씨는 “얼굴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이지만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며 “내 이름보다 의병 허 위의 손자라고 불리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왕산 선생의 후손을 모시고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매우 영광스럽다”며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와 번영이 가능함을 기억하며 독립유공자와 후손에 대한 예우와 독립정신 계승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