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마을 의제 발굴하면 구청이 실행

2025-08-21 13:00:29 게재

금천구 동별 주민자치회 활용 ‘톡톡’

정부에 ‘주민 주도’ 활성화 정책제안

“우리 동네는 청년들이 많고 전체 주민 중 75%가 1인가구입니다. 청년들과 교감하면서 누구나 함께하는 마을로 변화시켰으면 합니다. 필요한 예산은 680만원입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이웃과 함께하면 갈등은 줄고 화합하며 상생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겁니다. 660만원을 투자해 주세요.”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지(G)밸리기업시민청 창조홀.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내년 1년간 이웃과 함께 실행에 옮기고 싶은 사업 구상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올해 초부터 설문조사는 물론 찾아가는 의제 접수, 소규모 공론장 등을 거치며 주민들 의견을 모은 결과물이다.

21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8일부터 오는 9월 2일까지 10개 동에서 내년 자치계획을 결정하는 제8회 주민총회를 순차적으로 이어간다. 학교와 상가 등을 돌며 사전투표인 ‘찾아가는 주민총회’도 거쳤다. 시간 여유가 없는 직장인과 청년 학생 등 총회 참석이 어려운 주민들은 오는 29일까지 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상설투표장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가산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함진아비를 본떠 유성훈 구청장에게 자치계획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올해 주민총회 문을 연 가산동 행사에는 주민등록상 주민과 생활주민, 외국인 주민에 더해 금천구 주민자치를 배워가려는 손님까지 100명 이상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가산동과 ‘도·농 상생 교류’를 하고 있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주민자치위원들과 경기 군포시 8개 동 주민자치회장이 함께했다.

가산동 주민자치회는 워크숍과 전문가 자문, 구 담당 부서와 논의를 거친 끝에 4개 사업을 정했다. 고립·은둔 청년을 마을로 끌어내는 ‘같이하면 가치 있는 마을’과 이웃이 서로 사랑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슬기로운 이웃생활 프로젝트’ 등이다. 3000만원 한도 내에서 계획을 짰다.

현장 투표를 거쳐 선호하는 사업 두가지를 결정한 뒤에는 원탁에 둘러앉은 주민들끼리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동네 문제와 해법’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내년에 구 본청과 동주민센터에서 추진할 각종 사업과 정책 밑거름이기도 하다. 김일식 주민자치사업단장은 “주민총회를 공론장 형태로 전환해 3년째 진행 중”이라며 “주민들은 의제 발굴에 집중하고 행정이 실행 방안을 논의해 집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말미에는 ‘함진아비’를 본뜬 ‘함 사세요’가 눈길을 끌었다. 유성훈 구청장을 비롯해 구의원들에게 자치계획을 전달하고 예산 지원을 호소하는 행사다. 동마다 연극이나 이색 행사 등을 다양하게 준비한다. 최효선 가산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들이 위원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사업 제안을 할 정도로 안착됐다”며 “자신의 제안이 반영돼 동네가 발전되는 모습을 체감한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새정부 출범에 맞춰 주민자치를 한단계 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국정기획위원회에 ‘주민이 주도하는 주민자치, 함께 성장하는 지방자치’를 목표로 주민자치회 활성화 제안도 했다. 자율성과 지속성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과 주민자치회 지원법 제정, 활동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 영역 확대 등이다. 공유공간 활성화와 디지털 회의, 주민자치회 자율설립과 인증제 도입 사업 추진 법인 설립 등도 포함시켰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주민총회는 주민이 마을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소중한 기회”라며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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