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회의 21일 개막 "직접적 매파 발언 없다면 9월 인하"
중장기 통화정책 프레임 워크, 고용시장 평가에 주목
물가불안 엇갈린 지표 속 관세 전쟁 여파 해석 변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최대 연례행사인 ‘잭슨홀 회의’가 21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의 휴양지 잭슨홀에서 사흘 일정으로 열린다. 이 회의에는 연준 이사진과 각 지방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비롯해 미국의 주요 경제정책 입안자들과 경제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달러화 가치와 연동된 각국의 환율·금리 등 주요 시장 지표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메시지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11시에 연설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직접적인 매파 발언이 없다면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준의 중장기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와 고용시장 평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은 집중된다. 물가 불안에 대한 엇갈린 지표 속에서 관세 전쟁의 여파 해석도 변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설에 주목 = 21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날 미국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 주목하고 있다. 잭슨홀 미칭은 월초 발표된 부진한 고용 지표에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물가 지표로 9월 금리 인하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관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소비자물가를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며 물가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대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시장의 9월 금리인하 기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연준의장의 직접적인 매파 발언이 부재할 경우 9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외에 추후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중장기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변화(평균물가목표제 수정 여부), 고용시장에 대한 연준의 시각 등에 따라 시장 반응은 상이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번 잭슨홀미팅의 주제가 ‘전환기의 고용시장’인만큼, 중장기적으로 통화정책 경로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시장에 대한 연준의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안팎으로부터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4.25~4.50%인 기준금리를 대폭 낮춰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압박은 연준의 핵심적 가치인 통화정책의 중립성마저 위협하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파월 의장에게 ‘너무 늦은 자(Too Late)’라는 별명을 붙였고, 때때로 “멍청이”, “고집 센 노새” 등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약 9개월 남은 파월 의장의 후임 지명을 서두르는가 하면, 연준 이사진을 자신의 ‘충성파’로 채우면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에 대해 행정부 차원에서 조사에 착수하자, 쿡 이사를 향해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오는 이 같은 일련의 신호는 다음 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그것도 ‘빅컷’(0.5%p 이상 낮추는 것)을 바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한 몸에 받는 파월 의장이 과연 자신을 향한 정치적 압박에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에 대해선 시장에서도 예상이 엇갈린다.
◆엇갈리는 경제지표 =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주요 경제지표, 그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고용과 물가 지표가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파월 연준의장은 신규고용이 다소 부진해도 실업률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며 고용시장이 견조하다는 입장을 나타내왔다. 그런데 고용 지표는 악화했다. 미국의 7월 고용 창출은 전문가 예상 폭을 크게 하회했는데, 특히 그간 양호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발표됐던 5~6월 고용 증가 폭도 이례적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고용 지표 악화는 경기 후퇴를 의미하므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의 유인이 된다.
반대로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 외에 추후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중장기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변화(평균물가목표제 수정 여부), 고용시장에 대한 연준의 시각 등에 따라 시장 반응은 상이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번 잭슨홀 미팅의 주제가 ‘전환기의 고용시장’인만큼, 중장기적으로 통화정책 경로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용시장에 대한 연준의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실업률 유지에 필요한 신규고용는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불법이민자 추방 및 신규 이민 단속 정책은 해외출생자들의 경제활동인구 하락을 초래했다. 한편, 여전히 사회초년생들(특히 대졸자)의 실업률은 과거와 달리 평균 실업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책무 중 하나인 ‘최대 고용’이 헤드라인 실업률 유지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연준의 통화정책은 다소 매파적인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