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미·일 3박6일…이 대통령 ‘실용외교’ 시험대

2025-08-22 13:00:02 게재

첫 한미정상회담 의제 놓고 막판까지 협상

외교장관 미 출국에 ‘돌발변수’ 우려 급부상

“친중 이미지 불식이 큰 과제” 전문가 조언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3박 6일간 일본·미국 순방을 앞두고 ‘돌발변수’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조 현 외교부 장관이 한미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21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다. 대통령실은 최종점검을 위한 방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 빌 게이츠 이사장 접견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 제공

2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 장관이 전날 오후 미국으로 출국한 데 대해 “한미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이나 준비대응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각급에서 긴밀하게 이뤄지는 한미정상회담 사전 준비 협의를 현지에서 최종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농축산물 등 통상 의제, 동맹 현대화 등의 안보 의제와 관련해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있어서 급파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선 “의제 논의 동향에 대해선 밝히기 어렵다”면서 “별도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의 방미 일정에 대해선 대통령실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이미 사전 보고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 장관은 지난 19일 비공개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돌발변수’ 우려가 더 높아지기 전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내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지난 관세 협상 논의 외에 안보 의제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에선 정상 간에 다룰 포괄적 의제 중심으로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면서 “통상 협상은 지난 번에 이미 마무리됐다는 게 한국 입장이기 때문에 통상에 대해선 간단한 이행계획 정도(가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첫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과제로 이 대통령의 ‘친중’ 이미지 불식을 꼽았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미국은 이 대통령에 대해 친중국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친중 의구심을 테스트해 보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미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그런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아주 좋은 전략일 수 있다”면서 “한일관계에 대한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낸 것도 미국에게 긍정적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 내외는 23일 오전 수행원·수행기자단과 함께 출국해 당일 오전 일본에 도착해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를 한다. 오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24일 오전 일본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난 뒤 미국으로 출국한다.

24일 오후 미 워싱턴DC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재미동포 만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튿날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에서 정책 연설도 예정돼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첫 방미 당시 이 연구소를 찾아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26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옮겨 한화 필리조선소 시찰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관세 협상 합의 과정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마스가(MASGA)’ 즉, 한미 간 조선 협력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일정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부통령의 동행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조선소 시찰 후 이 대통령은 귀국길에 올라 28일 새벽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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