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에서 한미동맹 발전 모색할 것”

2025-08-25 13:00:03 게재

방미 첫날, 이 대통령 기내 간담회 … “야당 대표 만날 것”

세제 개편에 “인기 있다고 세금 없애면 나라 살림 망가져”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 일각에서 ‘친중’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외교에 친중, 혐중이 어디 있느냐”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깝게 지내는 것이고 도움이 안 되면 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의 평가보다는 오로지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포 만찬 간담회,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DC로 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이다.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의 체제에 있기 때문에 이 가치와 질서, 시스템을 함께하는 쪽과의 연합·협력이 당연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미일 안보 경제 협력이 당연히 중요하다”면서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거냐, 절연 안 하는 걸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의 친중이라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조건 중의 하나로 ‘친중’ 이미지 불식을 들기도 했다. 최근 미국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고든 창 변호사는 미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에 이재명정부의 성향을 ‘반미’로 규정한 기고문을 게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어느 국가와 관계가 좋기 위해서 어느 국가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절연해서 적대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면서 “한미동맹, 한미일 동맹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중요한 국가와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적대화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한일·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을 중국으로 파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내놨다. 반탄(탄핵 반대)파가 다수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의 소통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야당의 대표가 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탄핵에 반대하는, 내란에 동조한 것 같은 정치인 지도 그룹이 형성되면 용인할 것이냐는 말이 아닌가. 참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런 고민이었을 것 같다”면서도 “저는 여당의 도움을 받아 여당의 입장을 가지고 대통령 선거에 이긴 것은 맞지만 당선돼서 국정을 맡는 순간부터는 여당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 야당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 지지율이 2주 연속 하락한 데 대해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물론 제가 하는 국정에 대해 국민들 일각에서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가진 것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분이 좋을 리 있겠느냐”면서도 “다 감안해서 겪어야 할 과정이면 감내하고, 또 정치·국정이라고 하는 게 그냥 인기 끌려고 유리한 것만 만들면 살림이 잘 될 리 없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특히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지적되는 세제 개편 논의에 대해선 “세금 없애주겠다고 하면 인기 있겠지만 결국 그러다가 나라 살림이 망가지기도 하지 않느냐”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은 재미동포 보듬기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재미동포 150여명을 초대한 만찬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급격한 국제 질서 변화에 함께 대응하여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갈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시내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만찬 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의 든든한 주역이었던 동포들께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 여정에 함께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72년 한미 동맹의 새 길을 여는 중요한 여정에 나서고 있다”면서 “군사동맹으로 시작된 한미 관계는 이제 경제 동맹을 넘어 기술 동맹을 아우르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낯선 땅 미국에서 무수한 역경을 기회로 바꿔낸 동포 여러분의 존재야말로 조국의 미래를 밝히는 귀중한 등불”이라고 재미동포들을 치하했다. 특히 성장·발전하는 조국을 꿈꾼 유학생들, 하와이와 서부농장의 노동자, 조국 독립을 지원한 이민 개척자들을 호명하며 “조국이 전쟁의 포화를 딛고 분단의 아픔을 넘어 눈부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구는 데 참으로 큰 힘이 되어주신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소중히 간직하며 미국 사회의 보편,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뿌리내려 각 분야의 미래를 선도하고 계신 여러분이 한국과 미국, 두 나라를 잇는 든든한 가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재미동포 사회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기에 단박에 쉽게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오랜 과제인 복수국적 연령 하향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권한 행사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투표할 수 있는 장소나 장치도 제도도 잘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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