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영·호남 광폭행보…민주 “신중해야”

2025-08-25 13:00:01 게재

혁신당 “대통령 뜻 못 헤아려”

정치개혁 논의 영향 줄 수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조 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광폭행보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불편한 표정이 역력하다. 조 국 원장의 사면을 주장했던 박지원 의원은 “성급하면 실패한다”며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일각의 비판적 주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면결정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태도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 당의 불편한 입장차가 국회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 정치개혁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 내외, 조국 영화 관람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조국혁신당 조 국 혁신정책연구위원장 등이 24일 영화 ‘다시 만날, 조 국’ 관람을 앞두고 객석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최강욱 교육연수원장, 조 국 위원장, 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8.15 특사로 석방된 조 국 전 대표는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으로 당무에 복귀했다. 이후 부산·경남 양산에 이어 광주·전남, 전북 등 영·호남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24일에는 지난해 창당선언을 했던 부산민주공원을 참배하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과 김해 봉하마을 잇따라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26일에는 광주로 옮겨 5.18 묘역 참배 후 천주교 옥현진 광주 대주교, 황광우 시인 등을 만난 후 27~28일에는 전남·전북을 방문해 인사와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 원장의 이같은 일정은 표면상으론 사면과 석방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인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시간이라고 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당의 시즌2를 준비하는 공개행보라는게 중론이다. 조 원장은 국민이 정치인으로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쓰임과 효용에 맞춰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조 원장은 24일 부산민주공원 참배 후 “창당을 선언했던 시기의 초심을 되살리기 위해 부산에 왔다”며 “개인이든 당이든 간에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과제를 위해서 창당 시 각오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중도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아주 현명한 정책”이라며 “왼쪽이 비어서, 진보 영역이 비어서 저는 좌완투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영역에서 좌완투수를 해서 훌륭한 우완 분들과 함께 극우 정당인 국민의힘을 반드시 해체하겠다”며 “극우 정당을 2026년 (지방) 선거와 202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퇴시키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사면 후 자신의 정치활동 복귀를 놓고 민주당 등 범여권 안에서 비판적 입장을 내놓는 것과 관련해선 “저를 위한 고언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당 창당 주역으로 공백기가 있어서 제가 역할 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그런 말씀을 다 받아 안으며 제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을 만난 문 전 대통령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길 없는 길을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초심을 잃지 말고 굳건하게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고 윤재관 혁신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조 원장의 보폭이 넓어지자 민주당 안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정치인 사면결정과 관련한 반대여론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쟁을 벌어야 하는 현실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원장의 사면복귀를 강력하게 주장했었던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조 전 의원을 면회하고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사면을 건의했던 당사자로서 지금의 모습은 당혹스럽다”며 “이런 모습이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고 적었다.

역시 조 원장의 사면을 주장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성급하면 실패한다. 소탐대실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 의원은 “호남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몇 석을 확보한다고 혁신당이 민주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광역단체장도 출마시킨다면 결과는 뻔하고 언론은 분열로 분석하리라 판단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박 의원은 “호남에서는 민주당 1당보다는 견제와 경쟁으로 민주당이 더 잘하기를 바라는 열망이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며 “호남은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을 같은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혁신당원들이 호남 공략을 조 전 대표에게 촉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 전 대표에게 요청한다. 신중해야 한다. 선거는 가깝지 않고 상당 기간 후이고, 그 사이 많은 변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비판이 너무 정치공학적이라며 반박했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25일 페이스북에 “인간적 도리로 감사인사를 하는 조 원장의 행보를 지방선거용으로 폄훼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면서 “일부 민주당 의원의 고언은 (조 원장을) 사면복권해 준 이재명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호남권 분열 우려와 관련해선 “호남의 민심을 거스리지 말고 정치개혁으로 경쟁하면 될 일인데 의원, 당원조직이 몇십배는 큰 호남의원들의 견제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앞서 있음에도, 출발선에 서지도 않은 사람에게 비난이 우선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