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노란봉투법과 산재 사망사고 줄이기
노동계의 오랜 숙원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3년 1월 두산중공업의 배달호씨가 손해배상의 고통을 호소하며 분신한 지 23년 만이고 2004년 첫 법 개정 시도가 있은 지 21년 만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해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관련해 경영계에서는 기업을 망하게 하는 법이라고 비판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말마따나 이제야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와 별개로 최근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 대통령이 연일 산재 사망사고 근절을 외치고 ‘직보’까지 주문하면서 강경하게 나서고 있어서다. 사실 산재 사망사고는 선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산재 사망사고 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3위의 부끄러운 수준이다.
특히 건설업종 산재 사망사고는 심각하다. 고용노동부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138명(130건)으로 지난해(130명)보다 8명(6.2%) 늘었다. 전체 사고사망자(287명) 가운데 48.1%를 차지한다. 그나마 대부분이 떨어짐, 물체에 맞음 등 후진적 사고다. 건설업종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43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의 4배다.
건설업종은 원청 아래 수많은 하청구조 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윤석열정부의 ‘건폭몰이’ 이후 감시자 역할을 했던 건설노조가 약화되면서 불법 재하도급과 외국인 불법고용은 증가했고 도급질서도 혼탁해졌다. 노란봉투법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할 업종이라는 얘기다.
이참에 노·사·정이 건설업 산재 사망사고 줄이기에 나서면 어떨까. 사실 그동안 법이 없어서 산재 사망사고가 줄지 않은 게 아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건설현장에 산재 사망사고가 줄지 않은 것은 법과 현장이 따로 놀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노조)들이 위험관리 주체로 나서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다.
노란봉투법도 만들어지고 산재 사망사고 근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된 지금이야말로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대로 노란봉투법이 노사자치에 기반한 ‘상생의 법’이자 ‘진짜 성장법’이 되려면 산재 사망사고부터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