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전문가 84% “한은, 8월 금리동결 전망”

2025-08-26 13:00:02 게재

가계부채·부동산 불안정 지속 …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예산안 편성·국고채 발행 부담 … 9월 시장 금리 상승

10월 금리 인하 유력 … 올해·내년 성장률 상향 조정

국내 채권 전문가 100명 중 84명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 불안정이 지속되고 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주 공개될 2026년 예산안이 확장적으로 편성되며 내년에도 국고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부담감도 금통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9월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되며 금리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악화됐다.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10월에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 기준금리는 2.25%로 예상했다. 또 한국은행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2025년 경제성장률을 0.9%~1.0%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각각 +0.1%p~+0.2%p 및 0.1%p 상향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물가·금융 안정 고려한 동결 = 26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5년 9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4명이 8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이 직전 조사보다는 증가했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정이 여전하다. 지난 6월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 이후 가계부채 여건과 주택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지금이 추가 인하에 나설 적기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달러 강세 압력이 심화하면서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는 점도 부담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과 물가, 금융 안정 모두를 고려할 경우 8월 금통위는 2.50%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등 비둘기파적 해석 여지가 높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에 따르면 물가 상황은 중립적이다. 4월 이후 원화 가치가 절상으로 전환해 수입물가 하락세를 만들었다. 이는 공급물가로 이어져 상품물가 중심의 전체 소비자물가 하향 안정 유도 요인이 된다. 2~3개월내 시차를 고려하면 6~7월 2%를 상회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7월 수입 및 공급물가 모두 전월대비 상승 전환해 향후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성장 경로는 8월 금리 동결 예상을 유도한다. 2분기 민간소비가 전분기대비 0.5% 증가하여, 202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전기대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7월 21일부터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으로 3분기 민간소비 추가 개선세도 기대된다. 9월 22일 지급 예정인 2차 지급분까지 고려하면 4분기까지 소비 중심 내수 회복을 예상할 수 있다. 한은 입장에서 현재의 성장 흐름은 금리 인하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게 만들 요인이다.

금융안정 측면도 금리 동결을 지지한다. 안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명목 GDP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고, 올해 1분기에는 격차가 확대됐다”며 “현재 금융안정은 가계부채 안정이고, 보다 충분한 확인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연내 인하는 확정적 = 8월 기준금리 동결과는 별개로 연내 금리 인하는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의견도 대세를 이룬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기존 8월에서 10월로 변경한다며 10월 만장일치 인하 전망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최근 서울-전국 아파트 가격 격차 확대 지속 등에 따라 금융 안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최근 다시 상승하는 원달러환율도 기준금리 인하 부담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 연기와는 별개로 연내 인하는 유력하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금융안정 관점에서 10월 인하가 선택 조건이라면 성장 측면에서는 필요조건”이라며 “성장을 우려하는 기존 판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이 중요” 8월 인하 주장도 =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경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융 안정 불안 요소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2.50% → 2.25%로 0.25%p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7월 가계대출은 2조2000억원 증가해 전월(+6조5000억원) 및 전년 동월(+5조2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대폭 감소했고, 8월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도 21일 기준 2조5000억원 증가해 전년 동월(8조3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며 “정부의 6·27 가계부채 대책 이후의 흐름은 뚜렷한 둔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도 서울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정화되는 등 분명한 둔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잭슨홀 미팅 이후 높아진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 고려 시 원달러환율 변동성 우려도 인하를 제약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 악화 = 한편 9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98.0으로 지난달(123.0)보다 악화됐다. 미 증시 기술주 조정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 위축 등에 따라 달러 강세 압력이 심화되면서 9월 환율상승 응답자가 전월 대비 증가한 것이다.

26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6.3원 오른 1391.0원으로 출발했다. 달러 강세가 환율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8.43으로 전일 97.72보다 0.73% 올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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