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오너가 이번엔 ‘배임’ 맞고발전

2025-08-26 13:00:02 게재

“이양구 전 회장, 협력사 자산 헐값 양도 의혹”

“나원균 대표 등 경영진들, 177억 횡령 의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성제약 오너가가 이번에는 서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맞고발전을 벌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전날 이양구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회장의 지분을 인수한 브랜드리팩터링 백서현 대표도 피고발인으로 포함했다.

동성제약은 고발장에서 “이 전 회장이 협력사 오마샤리프화장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회사 자산을 무상 또는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제삼자에게 넘겨 9억5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이 올해 4월 브랜드리팩터링과 동성제약 주식 368만여주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오마샤리프화장품이 보유한 동성제약 주식 121만여주를 사전 결의나 적법한 계약 절차 없이 무상 또는 저가로 양도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21일 브랜드리팩터링에 동성제약 주식 2만6000주를 무상으로 넘겼다. 같은 달 28~30일 메디스펙터투자조합 등 브랜드리팩터링 우호 주주에 잔여 119만여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했다.

동성제약은 또 이 전 회장이 누나 이경희씨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했던 240만주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다시 매각한 정황까지 드러나 이중양도와 주주 피해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이경희씨는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의 어머니이기도 한다.

동성제약은 지난 6월 회생절차 개시 직후 하루 동안 965만주나 매도되며 주가 폭락을 초래한 물량이 브랜드리팩터링 우호세력에게 저가로 양도된 이 전 회장 지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이 전 회장의 동성제약 지분 14.12%를 전량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이양구 전 회장은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저버리고 제3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정황이 명백하다”며 “주주와 회사의 피해가 큰 만큼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회장이 선임한 고찬태 동성제약 감사는 지난 6월 나 대표 등 경영진 3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발했다. 나 대표 등이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30.6%에 달하는 177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동성제약은 이 사건과 관련해 향후 진행되는 제반 사항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적극 소명하고, 부당한 고발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동성제약은 나 대표와 이 전 회장 간 경영권 분쟁 속에 지난 6월 23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나 대표와 이 전 회장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 3명 해임안과 이 전 회장측 이사 4명 선임안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유명한 동성제약은 창업주인 고 이선규 회장이 2008년 별세한 후 3남1녀 중 막내인 이양구 전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창업주 외손자이자 이 전 회장의 조카인 나 대표가 승계를 받는 수순이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직원 임금 지급이 밀려 구설수에 오르기도한 상황이었다. 나 대표 체제로 전환됐지만 최근 이 전 회장이 회사가 더 난관에 직면했다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동성제약은 지난해 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매출도 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 전 회장은 경영권을 되찾아오겠다며 지난 4월 22일 보유 지분 14.12%를 마케팅 전문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매각 계약은 2년 후 이 전 회장이 다시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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