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하지만 경제 살리려면 돈 풀어야” 확장재정 거듭 확인

2025-08-27 13:00:03 게재

구윤철 “재정, 마중물로 민생안정·경제활력 제고 추진”

세수펑크 “꼼수 쓰지 않겠다” 하반기에만 2회 재추계

소비쿠폰에 소상공인 매출 6.4%↑ … 2차추경 기대감

이재명정부 경제팀이 ‘확장재정을 통한 민생안정’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고, 이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역대 최대로 편성하기로 했다. 세수는 부족하지만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을 마중물로 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 소비쿠폰이 풀린 지 한 달 만에 소상공인 매출은 지난해 보다 6.4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내달 중 2차 소비쿠폰이 풀리면 내수경기 회복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2년 간의 대규모 세수결손사태와 대외불확실성 영향으로 세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재정마저 묶으면 경기는 더 위축될 것이므로, 어렵더라도 정부재정을 마중물로 국민경제에 온기가 돌 수 있는 다양한 정책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 구윤철 부총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민생 어려워 특단대책 불가피”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예산안 당정협의 뒤 “재정이 마중물이 돼 민생안정과 경제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며 “(예산을) 줄일 건 줄이거나 없애고, 해야 할 일엔 과감하게 투자해 회복과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 3대 중점 사안은 ‘초혁신 경제 달성’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통한 모두의 성장’ ‘국민 안전과 국익 중심 외교 안보’라고 밝혔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지난 정부에서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예산을 편성했지만, 국민주권 정부에선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국정철학에 맞춰 재정이 국민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 의장은 “재정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가 너무 어렵고, 민생은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분야별로 보면 우선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할 방침이다. 한 의장은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을 줄였던 과오를 바로잡고, 미래에 적극 투자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인공지능(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AI·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산업에 투자를 확대할 신규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안 730조원대 전망 =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해선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꿀 경우 추가로 지원금을 주는 ‘전기차 전환 지원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인구감소 지역엔 아동수당을 추가 지원하고, 저소득 청년의 월세 지원을 상시화한다. 소상공인을 돕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 화폐(지역 사랑 상품권) 발행 예산도 내년 예산안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보훈 급여를 늘리고 참전 유공자 배우자를 예우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당정은 구체적인 예산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정치권에선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최대 8~9% 늘리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본예산 기준 정부 총 지출은 673조3000억원이다. 여기서 8~9% 증가하면 내년 예산은 약 730조원에 달한다.

0%대 저성장 추세에선 재정을 적극 투입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논리인 셈이다. 정부는 경제 성장률을 2025년 0.8%, 내년은 1.8%로 전망했다.

내년 예산의 구체적인 규모와 항목들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예산안이 의결된 후 공개될 예정이다.

◆“세수 부족하지만 편법은 안써” = 한편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만 최대 2차례 세수재추계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해지더라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등의 방식으로 국회 심의를 거칠 것이라고도 했다. 세수결손과 관련해 편법을 쓰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정부에서는 2년 연속 수십조원대 세수펑크가 났지만, 국회 심의가 필요없는 외평채와 기금 변경 등의 방식으로 이를 메꿨다. 추경안을 편성하려면 국회 심의와 의결이 필요하다. 이때문에 국회 심의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는 예산안 당정 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년 간의 대규모 ‘세수 펑크’와 관련 “만약 (불용액이) 30조원이라든지 50조원 이렇게 가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다든지 해서 국회와 상의해 다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역대 세수 추계 상황을 보면 오차율이 9%를 넘었던 때가 몇 번 있었지만 그건 초과 세수를 거뒀을 때였다”며 “그런데 2023년과 2024년처럼 무려 56조4000억원, 30조8000억원의 세수결손이 생기는 일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대급 세수 펑크는 부자들에 대한 감세와 그로 인한 세수 축소, 이것을 의도적으로 모면하기 위해서 세입에 대한 과다 경정 등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답변에 나선 구 부총리는 “기재부가 세수 전망을 할 때 과거 트렌드를 본다든가 (해서) 지표를 정확하게 못 봤다. 그런 측면에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수 추계 관련해서 제도개선을 많이 하려고 한다”며 “9월 중에 세수 재추계하고, 11월에 정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계를 또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만 2차례 이상 세수재추계를 하고 국회의 감시도 받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앞서 윤석열정부 때인 2023년과 2024년에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2023년에는 당초 추계했던 예산보다 56조4000억원이 덜 걷혔으며, 2024년에는 30조8000억원이 펑크났다.

◆확장재정 경기제고 효과? = 한편 정부가 발행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의 효과로 소상공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6.4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쿠폰 사용이 제한된 연 매출 30억원 이상 매장에서도 매출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소상공인 사업장 32만9154곳의 카드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 배포가 시작되고 4주(7월21일~8월17일)간 전국 소상공인 평균 카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쿠폰 배포 첫 주에는 7.27%, 둘째 주에는 10.13%나 뛰었다. 이어 셋째 주는 6.96%, 넷째 주는 1.21%로 증가세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소비쿠폰 매출 증가 효과가 눈에 띄게 컸던 업종은 유통업(16.47%)이다. 안경원 매출이 1년 전보다 43.95% 치솟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패션·의류·잡화(33.16%), 완구·장난감(32.74%), 전자담배(31.30%), 화장품(30.11%) 등도 3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비스업에선 네일숍(29.35%), 비뇨기과(25.22%), 가정의학과(20.08%), 미용·피부관리(16.09%), 사우나·목욕(15.66%) 등이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는 연 매출 30억원 이상 매장에서도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 매출 30억원 미만 소상공인 매장에서는 매출이 약 6.89%, 연 매출 30억원 이상 매장에서는 1.10% 각각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유통업은 30억원 이상에서 2.68% 증가했고, 외식업과 서비스업 역시 30억원 이상에서 1.28%, 0.42%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4로 지난달(110.8)보다 0.6p 올랐다. 2018년 1월(111.6) 이후 7년7개월 만의 최고치로, 소비쿠폰 등 정부 확장재정 정책의 효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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