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언급 두고 해석 분분
트럼프 대통령 ‘영토 팽창주의’ 표현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노린 압박 카드
주일미군 기지와의 혼동 가능성 등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아닌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문제를 거론하며 이 사안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팽창주의 표현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노린 압박 카드 △주일미군 기지와의 혼동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사례를 들며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 생각에는 ‘우리가 소유권을 가지면 북한이 치겠냐? 중국이 치겠냐?’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겠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용 압박이 아닌 진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의 트럼프 대통령 행보를 돌아봤을 때 협상용 수사가 아니라 ‘확장주의 야심’을 내비친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경제 안보적 이익 추구를 위해 덴마크령 자치 지역인 그린란드 매입, 파나마 운하 환수 등을 주장해 국제사회로부터 ‘신식민주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 등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제조업 부흥을 위해 한국의 조선업에 대해서도 거의 ‘조차’ 수준에 이를 정도로 미국에 조선소 건설, 인력 투입 등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군기지 소유권 요구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주한미군 기지는 협정 등에 따라 공여된 것으로 규정돼 소유권 변경이 쉽지 않으며,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주권 침해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현재 51국에 128개 주둔기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미국이 토지를 소유하는 사례는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2조에 따라 한국은 미군기지에 대한 100% 소유권을 가지며 미군은 제공된 시설과 구역에 대한 사용권만 가진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안보실장도 미국 현지 브리핑에서 “SOFA 협정에 따라 주한미군이 그 부지를 쓰는 동안 우리가 공여를 하는 것”이라면서 “협정문에 시설과 권역을 공여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고 받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확인한 바 있다.
게다가 소유권 주장 자체가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방위비 증액 협상과 관련해 주일미군기지와 주한미군기지를 혼동해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26일 SBS 라디오에서 “일본은 민간사유지를 정부가 임대해서 미군기지를 준다. 그래서 임대료가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가장 큰 항목”이라면서 “매년 이걸로 분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에는 사유지가 아니고 정부가 자산으로 해서 무상대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 논쟁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지만 방위비 계산에 대한 일본하고 한국의 사례에서 혼동이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보는 게 유력해 보이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4만명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2만8500명이고, 주일미군이 거의 4만명이다 그렇게 보면 계속 (일본과 한국을)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기지 소유권을 가지게 되면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을 공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이는 주한미군 운용의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정책 방향과 상반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소유권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위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국방비와 방위비를 증액해달라는 기존의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상당히 우호적으로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면서 “소유권을 갖고 싶다고 한 말 자체가 주한미군을 줄이거나 철수시키는 내용하고는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걸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