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예산 조정 전문위원 ‘이해충돌’ 우려

2025-08-28 13:00:08 게재

자기 연구비 편성·심의 동시에…컨설팅비도 받아

국회예정처 “예산심의 공정성·투명성 확보해야”

이재명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확장한 가운데 연구개발 예산을 조정하는 전문위원들의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돼 주목된다. R&D 예산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책임자가 전문위원으로 추천돼 직접 관련예산을 심의하는가 하면 자신이 사전컨설팅을 해주고 편성된 예산을 동시에 심의까지 맡는 게 관례처럼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전문위원들은 사전컨설팅 비용까지 받고 있어 이해충돌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회계연도 결산분석보고서’를 통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예산조정 전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전문가들이 과학기술 분야 교수, 출연연구기관 연구원 등으로 (R&D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연구개발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R&D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 제척, 회피 규정의 실효성 확보 등 R&D 예산 심의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중심으로 범부처 과학기술 예산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내년 R&D 예산을 35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5조7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한 바 있다. 예산조정 전문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산하 회의체로 R&D 예산 배분과 조정을 검토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예산 심의 기능을 담당한다. 11개 예산조정 전문위원회 위원은 위원회별 20명 이내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다. 현재 전문위원은 166명이다. 대부분 대학교수, 정부출연 연구기관 책임연구원 등이 차지하고 있다.

예정처는 정부가 만든 ‘제척사유 규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문위원 후보자를 추천할 때 ‘국가 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조정결과에 이해관계 있는 사람’을 배제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정부연구개발사업 사업단 또는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대형 연구과제 책임자’를 제척대상자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운영위원회 운영 세칙에도 ‘특정 안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안건의 심의,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산조정 전문위원회의 전문위원이 2023년 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해야 할 국가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한 규모가 688억원에 달했다. 또 각 소관부처가 편성한 R&D 예산을 심의하는 예산조정 전문위원들이 신규사업 사전컨설팅,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설명회 등으로 소관부처가 R&D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부터 하루 50만원의 수당을 받고 자문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이 미리 컨설팅을 통해 편성된 사업 예산안을 직접 심의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예산조정 전문위원회 전문위원에 대한 수당지급은 1인당 최대 640만원에 달했다.

김성은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예산조정 전문위원회는 부처의 신규사업 사전컨설팅, 연말 현장점검 등 예산 편성에도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예산조정 전문위원회의 안건 범위, 안건 제출 및 검토 등이 체계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조정 전문위원회는 경합성이 있는 사업 예산을 편성하는 역할과 심의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며 “R&D 예산 편성과 심의에 칸막이를 두고 예산 심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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