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S(주가수익스왑), 파생금융상품인가 담보대출인가 회계 논란
나이스신평 “재무제표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
현금유출 위험과 자금 재조달 부담 감안해야
자금이 필요한 기업A가 보유한 주식 등 기초자산을 증권사 B에 넘기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 그리고 만기에 해당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손익을 서로 정산하는 방식의 거래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거래는 파생금융상품으로 봐야 하는가? 아님 물건을 잠깐 맡기고 돈을 빌린 것이니 담보대출로 봐야 하는가?
최근 금융투자업계와 회계업계에서는 SK와 롯데, 한화, 이마트 등 주요 대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주가수익스왑(PRS)의 거래에 대한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회계기준원이 PRS 거래를 대출과 차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나이스신용평가에서는 회계상 계정분류와 무관하게 실질적인 현금유출 위험과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 부담 등을 감안한 재무안정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차입금 부채성 조달의 확대 = 29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은 재무제표상 부채 혹은 차입금으로 인식되지 않는 형태의 자금 조달 거래 즉, 비차입금 부채성 자금조달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조달 기법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종류별로 보면 PRS 거래, 구매카드, 당좌수표, 조세채권 유동화,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본성 자금 등이 있다. 이는 ‘차입금’과 ‘기타채무, 부외부채, 자본 등 타 항목’과의 중간적 양면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만기가 있고 만기 시점에 자금을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실질적으로 수익률 보장 조건이나 손실 보전과 연계된 조건이 있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관점에서는 차입과 유사하다.
최근에는 PRS 거래의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 증권사가 이를 상품으로 만든다. 증권사가 이 상품에 직접 자기자본을 투입해 투자자로 나선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간 주요 대기업이 PRS로 조달한 자금은 약 8조4386억원에 달한다.
올해 8월까지 주요 기업이 조달한 금액은 4조8760억원이다.
◆회계업계 “경제적 실질을 따지면 담보대출” = 하지만 지난해 일부 회계법인이 PRS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계약의 형식만 보면 파생금융상품이 맞지만, 경제적 실질은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3월 한국회계기준원은 PRS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PRS 방식의 주식양수도 시 양수자 회계처리 관련 K-IFRS 신속처리질의’에서, 회계기준원은 스왑 매수자인 증권사가 해당 질의의 PRS 계약을 ‘대출’로 인식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증권사가 PRS 계약을 ‘대출’로 인식할 경우 스왑 매도자인 기업은 해당 거래를 ‘차입’으로 인식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PRS 거래의 회계 처리 방식은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향후에도 해석상 논란과 이슈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IFRS 해석 변경 가능성…공시 강화 필요 = 회계업계의 해석 이후 PRS 거래의 회계처리에 대한 IFRS 해석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신용등급 평가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가영 나신평 평가정책본부 평가기준실장은 “PRS 거래가 회계상 부채나 차입금으로 재분류될 경우, 재무안정성 지표의 직접적인 저하 요인”이라며 “해석 변경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해당 회계 이슈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투자자의 인식과 투자 전략에 변화가 생기면서 조달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PRS 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공시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실장은 “현행 공시 체계에서는 PRS의 세부 약정내용, 재무적 투자자 지분 참여의 콜옵션 조건, 약정 수익률, 상환여부 고려 필요 시기 등에 대한 정보 공시가 충분하지 않아, 실제 현금 유출 시기 및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자료 요청 등을 통한 별도의 파악이 요구되고 있다”며 “신용위험과 직결되는 주요 정보임을 고려할 때, 공시 정보 강화 및 기준의 일관성이 확보된다면,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리스크 분석의 정확성과 효율성이 상당 폭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