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자격증부터 취미교실까지 한곳에서

2025-09-01 13:00:02 게재

송파구 여성문화회관 ‘요리교실’

20년간 인기에 힘입어 새 단장

“샌드위치를 자를 때 손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하세요.” “진짜 잘하시는데요?” “모르는 거 있으면 구청장님한테 물어보세요.”

지난 8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동 여성문화회관 지하 1층 요리교실. 서강석 구청장을 비롯해 주민 32명이 왁자지껄한 가운데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20년간 꾸준히 주민들 사랑을 받아온 공간을 새롭게 단장한 걸 기념해 마련한 ‘요리 공감 맛있는 초대’ 강좌다. 요리교실에서 진행하는 18개 강좌를 대표해 김인숙 강사가 나섰고 10년 이상 강좌를 들은 주민 7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1일 송파구에 따르면 송파여성문화회관 요리교실은 지난 2006년 8월 첫 강좌를 시작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연간 1100명씩 2만2000명에 달하는 수강생을 배출했다. 취미뿐 아니라 각종 조리사 기능사 등 국가자격증 취득과 제과·제빵까지 다양한 강좌를 한곳에서 들을 수 있다.

서강석 구청장이 송파여성문화회관 요리교실 새 단장을 기념한 일일 강좌에서 주민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사진 송파구 제공

요리교실은 송파를 대표하는 생활문화 교육공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수강신청을 못해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주민이 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구 관계자는 “한쪽 분야로 치우쳐 있는 여타 학원 등과 달리 여성문화회관 요리교실은 종합적으로 돼 있어 한 강좌가 끝나면 다음 강좌를 수강하는 식으로 주민들이 계속 찾는다”고 설명했다. 강사와 수강생, 수강생끼리 만남을 이어가는 장이 되기도 한다. 20년 전 1기 요리반장을 했던 이현우(64·거여동)씨는 “강사를 보고 수강을 시작했고 두 오빠에게도 추천했다”며 “취미부터 자격증까지 여러 강좌를 들었는데 재료 선정이나 설명 등 대충 하는 게 없고 세심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가지 흠은 낡은 시설이었다. ‘수업도 강사진도 너무 훌륭한데 주방 집기와 시설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시 예산을 확보하면서 주민들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됐다. 구는 공간을 확장하고 바닥과 배관 등 전면적으로 보수해 안전성과 개방감을 높였다. 대기실과 북카페를 추가하고 입구 단차를 없앴다. 한 교실에서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는 만큼 강사와 수강생 의견을 반영해 개수대 모양과 크기부터 가스레인지 위치 등을 정했다. 처형 추천으로 요리교실과 인연을 맺은 강동구 주민 변갑진(56·고덕동)씨는 “강사진이 좋아 브런치 종류를 계속 수강하고 있다”며 “조리대마다 개수대를 배치해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강좌는 개장식을 기념한 자리였다. 서강석 구청장과 주민들은 식빵과 베이컨을 굽고 토마토와 상추를 다듬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기존 강좌 수강생들도 새 단장을 축하하며 솜씨를 뽐냈다. 제빵 기능사반에서는 ‘호두 크림치즈 호밀빵’을 내놨고 식음료·디저트반에서는 오디청 등 발효음료를 선보였다. 떡제조기능사 과정을 수강한 뒤 인근에 떡집을 차린 양여진 대표도 떡케이크 장식을 맡았다. 그는 “일반 학원보다 훨씬 저렴하고 아이들 돌보면서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에 강좌가 진행된다”며 “수강 후에도 강사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주민들 가르치는 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새 단장한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교육 수요에 부응할 방침이다. 주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맛과 문화가 어우러진 배움의 장’을 지향한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송파여성문화회관 요리교실은 지난 20년간 주민들 삶 속에서 함께해온 상징적인 문화공간”이라며 “새 단장을 통해 더 많은 주민들이 꿈을 키우고 활력을 찾는 ‘송파의 부엌’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