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소고기 인증 ‘K-모델’…탄소배출권 시장 ‘노크’
이학교 전북대 교수팀 개발
고가 장비 없이 적용 가능
이학교 전북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연구팀이 전 세계 204개국, 약 13억마리 소의 탄소배출량을 개체 단위로 산정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정확한 배출량 산정의 어려움을 겪던 농축산 부문이 탄소배출권 시장 진입 길을 열고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1일 전북대 등에 따르면 환경과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IF 10.0, 상위 6%)은 이학교 연구팀의 ‘저탄소 소고기 인증 모델 및 탄소 감축량 산정 방법 제안’ 연구결과를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소의 체중, 출하 연령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탄소 배출량 계산해 저탄소 축산물을 인증하는 모델을 국제 표준으로 확장하자는 제안이다.
조사 및 인증에 필요한 데이터는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방법론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60년간 축적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 없이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한국에서 이미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한우 사육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해당 논문의 제1저자인 허재영 교수는 “이른바 ‘K-모델’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데이터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측정의 보편성을 확보했다”면서 “한국뿐 아니라 더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수 있는 공평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학교 교수팀은 세계 최대의 가전·IT박람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에서 가축 탄소 모니터링 및 탄소 크레딧 공유 플랫폼을 공개해 이미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도축 소의 생년월일, 성별, 도축체중(지육중량)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해당 소가 1㎏당 얼마의 탄소를 배출했는지 계산해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도축된 소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역추적할 수 있는 알고리즘인 셈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소를 선별할 수 있고, 탄소배출량이 세계 평균치(1㎏당 25.5㎏ 배출) 이하인 소를 사육한 농가에 저감량만큼 탄소 크레딧을 발급해 줄 수 있다.
이학교 교수는 “한국이 세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이 모델을 확산시키고 각국 축산업의 탄소저감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