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소고기 인증 ‘K-모델’…탄소배출권 시장 ‘노크’

2025-09-01 13:00:01 게재

이학교 전북대 교수팀 개발

고가 장비 없이 적용 가능

이학교 전북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연구팀이 전 세계 204개국, 약 13억마리 소의 탄소배출량을 개체 단위로 산정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정확한 배출량 산정의 어려움을 겪던 농축산 부문이 탄소배출권 시장 진입 길을 열고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1일 전북대 등에 따르면 환경과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IF 10.0, 상위 6%)은 이학교 연구팀의 ‘저탄소 소고기 인증 모델 및 탄소 감축량 산정 방법 제안’ 연구결과를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소의 체중, 출하 연령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탄소 배출량 계산해 저탄소 축산물을 인증하는 모델을 국제 표준으로 확장하자는 제안이다.

이학교 전북대 연구팀이 개발한 도축된 소의 탄소배출량을 역추적하는 플래폼이 농축산 분야의 탄소배출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이학교 교수가 K-모델 적용 방식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조사 및 인증에 필요한 데이터는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방법론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60년간 축적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 없이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한국에서 이미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한우 사육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해당 논문의 제1저자인 허재영 교수는 “이른바 ‘K-모델’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데이터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측정의 보편성을 확보했다”면서 “한국뿐 아니라 더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수 있는 공평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학교 교수팀은 세계 최대의 가전·IT박람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에서 가축 탄소 모니터링 및 탄소 크레딧 공유 플랫폼을 공개해 이미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도축 소의 생년월일, 성별, 도축체중(지육중량)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해당 소가 1㎏당 얼마의 탄소를 배출했는지 계산해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도축된 소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역추적할 수 있는 알고리즘인 셈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소를 선별할 수 있고, 탄소배출량이 세계 평균치(1㎏당 25.5㎏ 배출) 이하인 소를 사육한 농가에 저감량만큼 탄소 크레딧을 발급해 줄 수 있다.

이학교 교수는 “한국이 세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이 모델을 확산시키고 각국 축산업의 탄소저감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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