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쉰 전직 속기사 ‘사장님’ 된다
성동구 경력보유여성 지원
누적 취·창업자 100명 달해
전직 속기사였던 이 모(38)씨. 출산 이후 힘겹게 회사 생활을 이어갔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퇴사했다. 3년간 자녀 돌봄에 집중했던 그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전자책 제작 실무자 양성 과정’을 마친 이씨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청각장애인용 영상 자막 제작으로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 중이다.
서울 성동구가 시작한 ‘경력보유여성 지원사업’이 취업과 창업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성동구는 육아 간병 등 돌봄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사업을 통해 누적 취·창업자가 100명을 돌파했다고 2일 밝혔다.
성동구에서 경력보유여성을 지원하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다. 취업을 위한 ‘경력인정 위커리어(WE CAREER)’와 사회활동 역량을 강화하는 취·창업교육이다. 지난 2021년 시작해 5년간 총 325명을 지원했는데 이 가운데 100명이 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했다.
위커리어는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나가기 전 자신이 경험한 돌봄을 재해석하는 시간이다. 실적 자료 준비와 실무 지도, 직무 체험까지 연계한 종합 취업지원 과정이다. 과정을 수료하면 돌봄 경력인정서가 발급된다. 최대 2년까지 돌봄 시간을 경력으로 인정한다.
지난 2021년부터 총 110명이 돌봄 경력을 인정받았다. 경력인정 과정은 4주간 8회기 과정으로 연 2회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 과정은 오는 28일까지 참여자를 모집해 다음달 14일 시작한다. 취·창업교육에는 이달 기준 215명이 참여했다.
성동구는 앞서 지난 2021년 ‘경력보유여성 존중 및 권익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경력단절여성’을 대체할 수 있는 공식 용어가 이때 생겼다. 현재 34개 지자체에서 성동구 사례를 본떠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선거 공약에 경력보유여성을 명시해 관련 법 개정도 기대된다.
민간 기업도 돌봄 경력인정서 활용에 함께한다. 현재 27개 기업이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며 협약을 맺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용어를 바꾸는 시도를 시작으로 돌봄 경험을 가치 있는 경력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돌봄 시간 동안 체득한 다양한 가치와 역량을 사회 속에서 발현할 수 있도록 기회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