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국가채무에 국민 위기의식 커졌다
참여연대-리서치뷰 여론조사 … 74% ‘국가채무 심각’
42% ‘예산 낭비’ 탓 … 투명·강력한 지출구조조정 절실
이재명 “예산 전부 공개, 국민 집단지성 통해 들여다봐야”
‘국민 참여형 예산 재검토’ 제안 … “국민이 직접 재검토”
이재명정부가 첫 예산안을 대규모 확장재정으로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비중을 113조원 늘려 잡았다. 정부는 경기회복과 성장전략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빠른 ‘나라 빚’ 증가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에서 세금을 허투루 쓴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예산낭비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국채 발행과 같은 손쉬운 방식의 부족세원 메우기에 앞서 투명하고 적극적인 세출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2일 참여연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9~31일까지 전국 만 18세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자동응답방식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재정 부족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4.2%에 달했다. ‘매우 심각하다’가 46.8%였고 ‘다소 심각하다’가 27.4%였다.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21.0%뿐이었다.(별로 심각하지 않다 14.8%, 전혀 심각하지 않다 6.2%)
세대별로 보면 30대의 ‘심각하다’는 답변이 83.0%로 가장 높았다. 그 뒤는 60대(78.9%), 70세 이상(74.1%), 20대(18~29세, 73.7%) 순이었다. 현 정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긍정 평가층(53.7%), 민주당 지지층(54.7%), 진보층(55.6%) 등에서도 심각하게 보는 시각이 절반을 넘었다.
내년도 국가채무가 1415조2000억원에 달하고 4년 후에는 18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내년에 50%를 뛰어넘고 2029년에는 58.0%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안정적인 채무비율을 보이지만 너무 빠르게 늘어나고 앞으로도 저출생 고령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더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 부족의 핵심원인으로는 41.9%가 ‘예산 낭비’를 꼽은 대목이 눈에 띈다. 세대별로 봐도 전 연령층에서 ‘예산 낭비’를 재정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20대는 49.2%, 30대는 47.5%가 ‘예산 낭비’를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주요 문제점으로 봤다. 그 뒤를 이은 재정 악화 이유는 감세였다. 부유층 감세를 지목한 비율이 22.4%였고 대기업 감세에 대해서도 15.3%가 재정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복지예산 증가를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한 답은 12.7%에 그쳤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 낭비를 해소할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점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대전환이나 저출생·고령화 대응재원 확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다른 예산 삭감’(28.0%)을 가장 많이 꼽았다. 멀쩡한 보도 블럭 교체 등 줄줄 새는 예산을 먼저 정상화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고는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는 복지 예산 축소(23.8%)나 세금 인상(15.9%)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채를 발행해 나라 빚을 후대에 넘기는 방식의 ‘손쉬운 재정확보’ 방안에는 9.4%만 지목했다. ‘국가부채 확대’를 통한 재원 확보는 거의 모든 계층에서 가장 낮은 선택지로 꼽혔다. 이재명 대통령 긍정 평가층(12.3%), 민주당 지지층(12.4%), 진보층(11.3%)에서도 ‘국가부채 확대’ 공감도는 11~12%대에 그쳤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전문가들은 주로 고령화에 따른 복지예산 확대를 주요 재정부족의 요인으로 짚는 반면 직접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세금 낭비’를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정부가 국민 체감을 높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허투루 쓰는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예고했고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27조원을 절약했다고 발표했다. 성과가 저조하거나 비효율적인 4400여 개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됐다. 과거에 비해 자세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였다. 이 대통령은 지출구조조정 내역 전체를 공개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난 달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도 ‘낭비 예산’이 언급된 바 있다. 당시 신 소장은 일본 사례를 제시하며 ‘국민 참여형 예산 재검토’를 제안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공개토론방식으로 TV나 인터넷을 통해 국민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며 “국민들이 예산을 재검토하고 축소 폐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복지예산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리고 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예산을 전부 공개하고 국민들 집단지성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게 좋다”며 “민간단체에도 지원해서 검토를 일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