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 현실화 되고 있다”

2025-09-03 13:00:02 게재

대학 전반 AI 도입, 미래 첨단산업 분야 연구 집중 육성

피지컬AI·글로컬30·라이즈 사업 선정으로 연구력 입증

온라인 강좌 500개 만들어 글로벌 허브 대학 전환 추진

전북대학교가 교육과 행정 등 대학 전반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미래 첨단산업 분야 연구를 집중 육성하며 ‘글로벌 Top100 대학 진입’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특히 전북대는 피지컬AI·글로컬30·라이즈 사업에서 잇달아 선정되면서 연구력도 입증받았다.

내일신문은 4년제 대학 총장 연합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이기도 한 양오봉 총장을 만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선 전북대의 노력과 성과 그리고 한국 고등교육의 과제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총장에 취임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주요 성과와 목표는.

지난 2년간 전북대가 글로벌 Top100 대학으로 도약하고,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플래그십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9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유치했다. 대학 발전기금도 5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방 국립대 최초로 한국표준협회의 재학생 만족도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학생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 가장 값진 성과다.

●취임 일성이 ‘글로벌 Top100 대학’ 진입이었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23년 3월 취임 당시 10년 내 최소 5개 학문 분야에서 세계 100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재료과학, 농·임학 화학공학, 기계·항공·제조공학, 환경과학 등 선도형 5개 분야와 물리·천문학, 생명과학, 전기·전자공학, 화학, 의학 등 도약형 5개 분야 등 총 10개 학문분야를 집중 육성 중이다. 이미 화학공학 환경공학 고분자과학 물리화학 분야는 세계 100위권에 랭크돼 있다.

최근 발표된 QS 학문 분야별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지난해 11개보다 많은 15개 학문 분야가 순위권에 진입했다. 수의학과 석유공학 부문은 100위 이내에 진입했다. 글로컬사업을 통해 2025년까지 100위권 학문 분야 2개, 200위권 학문 분야 4개 진입을 목표로 설정해 달성했다. ‘글로벌 Top100 대학’ 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피지컬AI 사업에 전북대가 역할을 맡았는데.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총 1조원 규모의 ‘피지컬AI’ 실증사업 대상지로 전북을 낙점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대는 ‘피지컬AI 핵심기술 실증(PoC) 시범사업’ 주관기관에 선정됐다. 피지컬AI는 물리적 동작이 가능한 차세대 AI를 말한다. 전북을 세계적인 무인공장 혁신 거점으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하겠다.

●전북대가 추진할 ‘피지컬AI 실증’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협업지능 피지컬AI’를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 피지컬AI는 개별 장비나 휴머노이드 로봇에 AI를 적용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사업은 공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장비·로봇으로 보고 AI를 적용한다.

우선 교내에 3305㎡(1000평) 규모의 로봇 기반 실증 공간을 마련해 산업용 로봇 AI 기술 개발과 테스트 랩으로 활용한다. 이어 내년부터 18만1818㎡(5만5000평) 규모의 피지컬AI 전용 캠퍼스를 조성한다. 이곳을 현대자동차·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 연구소와 전북대 산업용 로봇 AI랩이 집적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연 피지컬AI 밸리’로 만들 계획이다.

카이스트, 성균관대와 함께 국내 최초의 피지컬AI 실증 리빙랩도 운영한다.

양오봉 총장은 고려대 화학공학 학사/KAIST 화학공학 석·박사/1995. 3.~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2023. 2.~ 전북대 총장/2025. 3.~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2024. 10.~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공동회장/2025. 4.~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사진 전북대 제공

●취임 이후 ‘AI 기반 혁신 대학’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북대는 올해 ‘On AI 시대’를 공식 선언했다. 교육·연구·행정 전반을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재설계한다. 이를 위해 2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학사와 행정, 포털과 모바일 서비스 전반에 AI를 적용했다.교육 분야에서는 학습관리시스템(LMS)에 ‘AI 튜터’를 도입해 학생들에게 강의와 학습은 물론 학습 진로까지 실시간으로 지원한다. 또 졸업생과 취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로 목표에 맞는 전공과 교과목, 비교과 활동을 추천하는 ‘AI 취업 지원 시스템’도 도입한다.

연구 영역에서는 연구비 집행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AI 기반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울러 생성형 AI와 실감형 콘텐츠 기반 교육 혁신을 위한 전용 공간인 ‘AI 스페이스’를 최근 개소했다.

●최근 교육 환경 변화에 따라 대학의 특성화 전략도 중요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요구된다. 전통적 오프라인 강의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MIT를 넘겠다는 미국 조지아텍이 온라인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해 세계 1만5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학위를 줬다. 온라인 학위를 받은 학생들이 구글이나 애플 등에 자신있게 취업한다. 우리 대학도 현재 162개인 온라인 강좌를 2027년까지 5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재학생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개설하고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후 일반인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제1기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됐다. 벌써 3년차인데, 어떤 변화가 있나.

전북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학생 중심 대학 실현 △지역과의 상생 △글로벌 허브 대학 도약이라는 세 가지 큰 목표를 설정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백화점식으로 세분화됐던 106개의 모집단위를 45개로 광역화했다. 전공 선택권도 30%까지 확대했다. 원하는 분야를 보다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학생 중심 교육체계로의 대전환이다.

폐교된 서남대 부지를 재생해 ‘남원 글로컬캠퍼스’를 설립했다. 전북 14개 시군의 발전을 위한 ‘지역발전연구소’를 단계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또 지역 특화 산업과 대학 간 상생을 위해 ‘JUIC 트라이앵글’을 추진하고, 도서관·온라인 강의 등을 도내 대학들과 공유하며 협력 기반을 넓혔다.

유학생 5000명 시대를 열기 위해 태국과 모로코, 몽골, 페루 등의 해외 자매결연 대학에 ‘JBNU 국제센터’를 설치했다. 또 해외 대학과 복수학위제와 장학제도 확대, 공동 교육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한발 더 나아가 유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과 프로그램 마련에 노력할 것이다.

●지역과의 상생과 플래그십대학을 강조했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주·완주(농생명·그린수소)-새만금(K-방위산업·2차전지·센서반도체)-익산·정읍(펫바이오·동물의약품)을 세 축으로 하는 대학-산업도시인 JUIC 트라이앵글 구축을 통해 지역 특화 산업과 대학 간의 상생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 방위산업연구소 설립,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협력, 602억원 규모의 반도체공동연구소 유치 등을 통해 기반을 조성하고 있고, 방위산업 융합전공과 학부 과정의 첨단방위산업학과를 신설하는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지역상생을 위한 핵심 중 하나가 ‘RISE(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이다. 전북대가 주도하는 전북지역 라이즈 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

지자체·기업·연구기관·대학이 협력하는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했다. 전북대가 플랫폼 총괄대학으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모델을 선도한다. 특히 에너지신산업·그린바이오·농생명·스마트농기계 등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맞춤형 인재양성 체계를 마련했다. 지역 참여대학들이 함께하는 ‘오픈캠퍼스’와 재직자 대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지역문제 해결형 캡스톤디자인 등 실무 중심 교육을 지역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라이즈 사업을 통해 지역기업과 혁신연구기관 연계를 통한 재직자 교육, 기술이전, 공동연구 등 산학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역 문제를 대학과 기업 등 혁신 주체들이 함께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지역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대교협 회장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보다 정부가 대학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3년 한시로 운영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상설화다. 또 올해부터 시작하는 라이즈 사업이 모든 대학들의 혁신 마중물이 돼 지역발전의 선순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16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대학의 재정상황이 극도로 어렵다. 대학이 법적인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와 국회 등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

●대학 재정을 유독 강조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고등교육 1인당 공교육비는 1만3573달러다. OECD 평균인 2만500달러의 66.2% 수준이다. 초등교육의 1만4873달러에도 못 미친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상설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대학도 자체적으로 재정 확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비 확보, 기부문화 확산 등을 통해 대학의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은 이미 연간 1조원 이상의 연구비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활성화 모델을 지역 대학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등록금 인상 논란도 거세다. 이에 대한 입장은.

지난 16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 재정은 한계에 다다랐다. 인상이 불가피하다. 올해엔 70% 정도의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내년에는 대부분 대학들이 물가인상률에 준해 등록금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확보된 등록금 수입은 교육 서비스에 투자하기 때문에 대학 경쟁력이 강화돼 결국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다. 대교협은 등록금 자율책정권 보장과 중장기적인 정부 재정지원 확대를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특히 대학들이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처음 제안했다. 어떤 내용인가.

수도권 과밀과 입시지옥, 지역소멸 문제의 해법으로 전북대와 같은 지역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자는 제안이다. 현재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연간 약 2300만원으로 서울대의 1/3 수준이다. 이를 서울대의 80% 수준인 약 5800만원까지 높여 거점국립대를 지역의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자는 것이다. 1도 1국립대 체제로 각 도의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재명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최근 8733억 원 예산 투입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 정책이 꼭 실현돼 지역 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