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구조조정, 국토부 ‘1위’, 행안부 ‘꼴찌’
진보당-나라살림연구소 , 27조원 규모 첫 전수조사
“자연 삭감 등 기준 불명확 … 대통령실 등 미공개”
정부가 처음으로 지출구조조정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지시한 결과다. 하지만 지출구조조정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대통령실 등 5개 주요 기관들은 공개하지 않아 ‘반쪽 공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진보당과 나라살림연구소는 61개 부처 중 국방부 방위사업청 대통령비서실 및 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가정보원 등 5개 부처를 뺀 56개 부처에서 지난 1일까지 공개한 지출구조조정을 취합해 전수 분석한 결과 국토교통부(6조7000억원), 교육부(2조5000억원) 중소벤처기업부(1조9000억원) 등 상위 3개 부처의 지출 구조조정규모가 11조원이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26년 예산안을 짜면서 단행한 지출구조조정 규모는 27조원이며 공개한 내역은 23조2000억원이었다. 국토부는 주택구입, 전세자금(융자) 사업에서 3조8000억원을 줄였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는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사업이 2022년 9조5000억원에서 올해는 14조1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조정을 거친 것”이라며 “주택공급이 아니라 주택수요 관련 금융융자 사업이 지나치게 크게 증가했고 전세자금 대출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분양주택(융자) 사업 예산도 1조원이 줄었다. 분양주택 사업 예산도 2022년 3000억원에서 올해는 1조4000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올해 예산액 대비 지출구조조정 비율을 보면 금융위가 70%(1조1794억원)에 달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5000억원)의 사업이 종료돼 전액 삭감됐고 반도체 설비 투자지원 특별프로그램(2500억원)이 삭감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도 전체 예산의 25.7%(1255억원)를 줄였다.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지원 사업(198억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행정안전부의 지출구조조정 비율은 0.2%(1374억원)로 가장 낮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는 행정안전부 예산의 상당부분이 지방교부세 등 법적 의무지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인 측면도 있지만 지출구조조정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방증도 된다”고 했다. 법적 의무지출이 많은 보건복지부도 0.4%(4439억원)만 구조조정하는 데 그쳤다. 연례적 반복적 사업이 많은 인사혁신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출구조조정 비율도 낮은 편이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내년 특정 사업감액의 사유가 우선순위 조정으로 인한 감액과 사업이 종료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감액을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업 명칭이 바뀌거나 내역사업의 통폐합 등 형식적으로 감액이 되는 부분 중 어디까지 지출구조조정이라고 칭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기관 모두 세부사업까지 예산서를 공개하는 이상 특별히 지출 구조조정 금액을 공개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